선선한 가을이 다가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받은 계절이다. 그러나 다양한 전자 매체의 발달로 인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쉽고 편리한 방법이 늘어나고 혹독한 입시와 취업 경쟁으로 인해 삶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점차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성인의 평균 종합 독서량은 4.5권에 불과하고,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연간 종합 독서율은 응답자의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4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가 직업인 대학생들의 독서량도 한 달에 한 권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종이책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폐점하는 오프라인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우리 학교 서점도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이 성장하고 전자책이나 오디오 북 같은 새로운 독서 매체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대학 캠퍼스에 서점 한 곳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섭섭한 일이다. 

 그러나 유튜브 시대에도 독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책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벼려낸 지식과 경험, 사유의 정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서는 종종 타인과의 귀한 만남, 선인과의 값진 대화에 비견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문인 올리버 골드 스미스는 책 읽는 행위를 친구를 얻는 경험에 비견하며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새 친구를 얻은 것 같고, 전에 정독한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책 속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만나는 것을 넘어, 독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떨까? 

 우리 학교에서는 QAIST 신문화 전략의 일환으로 ‘책 읽는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북2022 선정, 카이북 클럽 지원 사업, 독서토론대회, 연말 독서왕 시상, ‘책 읽는 밤’을 비롯한 연사 초청 행사, 도서관 뉴스레터 발간 등이 대표적이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가진 학우들을 만나고, 동료 간에, 사제 간에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며,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행위이다. 조용한 방에서 저자가 던진 화두를 되새기며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는 고독하고도 풍성한 시간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누군가와 나눈다면, 그 즐거움과 효과는 놀라울 만큼 증폭될 수 있다. 본지에서도 북클럽 활동을 다룬 인터뷰 연재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502호~507호 참조). 책 한권으로, 북클럽 가입으로, 활기차고 뜻깊게 가을 학기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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