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양을 대폭 줄였다. 이에 국제 천연가스값이 크게 상승했고, 우리나라 전기생산에도 큰 부담이 가고 있다. 나날이 이어지는 폭염에 냉방 수요가 많이 늘어나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전 세계 나라들은 원전 재가동, 석탄 사용량 증가 등 당장 늘리기 어려운 친환경 에너지 외의 방법을 물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원전 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는 5개월이 넘었다. 러시아 측에서 공격을 더욱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EU는 계속해서 6~8개월 내 러시아 석유제품 수입 금지 등 강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인 이유는 이런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달 11일 시설 점검을 이유로 10일간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드 스트림 1관을 잠갔다. 21일부터 평소 공급량의 40%만 공급을 재개하더니, 그마저도 3일 만에 20%로 낮추었다.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는 러시아에서 공급하고 있는 만큼,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중동 등 다른 수입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국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노르드 스트림 1관은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동유럽을 거쳐 독일·영국 등 서유럽까지 공급하는 가스관이기에 세계 천연가스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평상시에는 러시아만의 뜻만으로 공급량을 변경할 수 없으나, 전쟁 시 불가항력 선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발생한 사태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발전용 1,760만 톤, 도시가스용 1,930만 톤으로 도합 3,690만 톤을 수입해왔고, 그중 장기계약으로 수입해온 2,800만 톤을 제외한 890만 톤은 단기 현물매매(SPOT)로 들여왔다. 내일신문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가스업계 관계자는 “이번 년에도 800~900만 톤을 SPOT으로 들여와야 하나, 미국 등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SPOT 물량 일부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유럽 쪽으로 선회하여 현재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과거 폐기되었던 우리나라 원전 활성화 정책이 다시 살아났다. 정부는 지난 정부가 국내 원전 의지율을 2030년까지 23.9%까지 낮추기로 정책을 세운 것에 비해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늘릴 것을 발표했다. 가동을 멈추기로 한 10곳의 원전을 10년간 연장하여 운영하고, 건설을 중지했던 신한울 3, 4호기도 다시 건설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유세기간 중 우리 학교에 방문하여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통해 탈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들은 적 있다.(관련기사 본지 492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대학원생들과 간담회 가져>) 원전은 원료 부족에 대한 부담이 없고, 우라늄의 가격이 석유와 달리 세계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유럽에서도 원전 재가동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대표적으로 펼치고 있는 독일에서도 천연가스 공급이 줄자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독일은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급해온다. 이에 독일은 석탄발전소 1곳을 재가동하였으나 이마저도 석탄 가격의 상승으로 빠르게 재가동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값이 상승하자, 석탄, 석유 등의 다른 원료도 같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전기요금 책정에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비용을 반영하기로 한 만큼 이는 또다시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우리나라 전기요금 변경은 오는 10월에 이루어진다.

 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기존 계획이었던 30%에서 20%대로 줄이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일수록 원전 사용을 의심하고 친환경에너지 활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연가스가 갑작스럽게 공급이 줄어든 것은 일시적인 상황일 뿐,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원전 사용을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도 원료로부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원전 또한 지진 등의 상황에 따라 항상 안전하게 가동시킬 수 없다. 원전 비중 확대는 당장의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미래를 보며 결정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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