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

 우리 학교는 독서문화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 9월부터 북클럽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북클럽 지원 사업은 교수, 학생, 직원 등 교내 구성원 3인 이상이 모임을 구성하면 모임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학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본지는 교내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고 학우들에게 좋은 도서를 추천하는 목적에서 제1회 독서왕으로 선발된 우수 북클럽과의 인터뷰를 502호부터 소개한다. 이번 호(506호)에서는 같은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네 명이 모여 만든 북클럽 <지적 연구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적 연구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 제공
지적 연구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 제공

 

독자분들께 북클럽 <지적 연구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계공학과 iCaRE Lab 학생들로 구성된 <지적 연구를 위한 넓고 얕은 독서> 클럽입니다. 클럽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를 패러디한 것인데, 연구라는 한 우물만 깊게 파다 보면 그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연구 외의 분야를 다양하게 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각자 기억에 남았던 책을 추천해주세요.

A: 저는 매튜 룬의 <픽사 스토리텔링>을 추천합니다. 픽사의 애니메이터 매튜 룬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요소를 설명하고, <토이스토리> 등 픽사의 명작들을 예시로 들어 이론을 재미있게 적용합니다. 이야기를 탄탄하게 구상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든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모든 조언을 다 따를 수는 없겠지만, 책에서 다룬 내용을 계속 복기하다 보면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요령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B: 북클럽에서 독서 활동을 한 책 중 <클로저>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로 활동한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의 자서전입니다. 리베라는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매 순간 헌신적이었으며, 자신의 커리어보다 팀을 위하는 선수였습니다. 요즈음은 개인의 커리어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하는 노력은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도 더욱더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한화 이글스에도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에 필적할 만한, 팀에 헌신적일 뿐만 아니라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투수들이 많이 영입되어 훌륭한 팀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웃음)

 

C: 북클럽 활동에서 읽었던 또 다른 책인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해외로 여행을 다닐 때, 특히 유럽에 가게 되면 꼭 보게 되는 것들이 무엇일까요? 바로 대성당입니다. 유럽의 파리, 로마, 뮌헨, 빈, 프라하와 같은 대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대성당이 도시의 중심에 있고, 각종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또한 건축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작품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 속 건물 및 다양한 작품들 하나하나에는 당시 시대를 반영한 미술 기법과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작품을 볼 때 역사를 알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진 미술의 의미까지 알고 다가간다면 보다 더 폭넓은 시야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서양미술사’이지만 영어 원본은 ‘The Story of Art’입니다. 원시시대부터 시작되는 미술의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어요. 이름만 듣고 ‘재미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 시절에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미술을 대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 수많은 명작을 남긴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추천합니다. 한스 기벤라트라는 어린 소년은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의 압박과 강요에 떠밀려 신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원래 명석한 두뇌와 선한 인품, 그리고 섬세한 감성까지 겸비한 한스였지만, 숨 막히는 학업적 경쟁에 치이고, 소중한 친구들을 잃으며 한스는 서서히 시들어갑니다. 이 책은 한창 사회의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며 인격적 성장을 거쳐야 할 때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구속당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제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소설에서 풍경과 계절의 변화는 아름답게 묘사되는 반면 한스는 점점 피폐해져 가는 묘사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한창 학점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 이 책을 읽고 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길이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인지. 자칫하다 나도 결국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버리는 것은 아닐지……. 읽고 나서 조금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잠시 쉬어가며 생각에 잠기고 싶은 학우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북클럽 활동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든, 독서와 거리가 있었던 사람이든 우리 학교에서 제공하는 ‘북클럽’이라는 기회를 통하여 ‘같이’ 독서를 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혼자서 책을 읽으면 지식이나 핵심 내용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지만, 책을 덮은 직후의 감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생활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북클럽 활동을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진행하며 그때의 감상이 사라지기 전에 가끔은 가볍게, 가끔은 진지하게 서로 느낀 점을 공유한 덕분에 제가 읽은 책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구성원들의 추천으로 평소 제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른 구성원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을 알면서도 막상 잘 하지 않게 되는 것이 독서입니다. 사실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책 읽기는커녕 잠잘 시간도 부족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학우분들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가끔은 느긋하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어떠한 원동력이 필요하다면 평소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천천히, 부담 없이 즐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엄청 고상하고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큰마음 먹고 읽다가 관두더라도 그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맛있고 새로운 간식 잠깐 먹은 것도 그때 기분이 좋았으면 인생의 단편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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