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아 - 『빛이 매혹이 될 때』,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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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예술이 사실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 학문이라면 믿겠는가? 책 <빛이 매혹이 될 때>는 두 분야 모두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과학과 예술 각각이 빛을 탐구해온 과정에 대해 깊게 파고든다. 뉴턴이 프리즘을 통과한 빛줄기들을 뜯어보며 빛에 대해 연구한 것처럼,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의해 나타나는 순간적인 현상들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담고자 했다. 모네는 같은 장소를 시간에 따라 여러 번 그리면서까지 빛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채를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인상주의 화가들의 실험 정신은 과학자들의 그것과 접근 방식만 달랐을 뿐 빛이라는 자연 현상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이자 도전이었다.

 책의 저자인 서민아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책임연구원으로 테라헤르츠광학과 나노과학을 연구하는 동시에 고려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로 광학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서 교수는 평일에는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지만 주말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물리학과 미술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발전해왔다고 믿는 그는 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에 대한 전시 프로젝트인 ‘아티스트 뷰 오브 사이언스(AVS)’에도 매년 참가하고 있다. 또한 이 책 외에도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라는 책을 내는 등 과학과 미술의 연관성에 대해 글과 강의로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서 교수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과학과 미술이 빛이라는 대상을 두고 얼마나 비슷한 고민을 해왔는지 보여준다. 여섯 개의 큰 질문을 던지며 과학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다시 예술가의 시각에서 빛의 본질을 낱낱이 해부한다. 그 과정에서 인류가 공유하는 철학이 과학과 예술의 발전 과정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관찰자 효과*’를 비롯한 양자역학 이론이 다양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과 비슷한 시기에 관람자의 해석에 따라 작품이 완성된다는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미학 개념이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책이 이끄는 대로 빛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펴본다면, 빛이 인류 문명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실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영감과 새로운 시각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KAIST 도서관 누리집에서 해당 추천도서를 확인할 수 있다.

 

관찰자 효과*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서 관찰자의 존재 유무에 따라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하는 현상.

레디메이드**
어떤 일상적인 기성 용품을 또다른 새로운 측면에서 보아서 만든 미술 작품의 한 장르. 관찰자의 관점에서 해석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뒤샹의 철학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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