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 『다섯번째 산』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예언자 엘리야는 페니키아의 공주에서 이스라엘의 왕비가 된 이세벨에게 맞섰다가 이스라엘 병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세벨의 꾐에 넘어가 바알을 섬기면 가뭄이 들 것’이라는 하느님의 경고를 왕에게 전한 예언자가 바로 엘리야였기 때문이다. 레위 사람과 함께 마구간에 숨어있던 엘리야는 결국 병사를 마주치게 되지만, 엘리야를 겨눈 화살은 빗나가 레위 사람을 맞추고 자꾸만 고꾸라진다. 이스라엘 최고의 궁수라고 자신을 설명한 병사는 자신의 화살이 계속해서 빗나가자 엘리야를 죽이면 안 된다는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엘리야를 놓아준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엘리야는 다시 두려움 속에 떨며 하느님의 말씀을 좇아 목숨과 고국의 운명이 걸린 먼 여정을 떠난다.

 파울로 코엘료 소설의 정수로 여겨지는 <다섯번째 산>은 성경 속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에 코엘료만의 문학적 상상을 더해 1996년 탄생한 작품이다. 1998년에 국내에 출판된 적 있는 책이지만, 지난 7월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구판의 번역 오류를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어 한글 번역본을 새롭게 출판했다. 코엘료가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소설 <다섯번째 산>은 그가 음반제작가로서 경력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해고 통보를 받는 큰 시련을 겪고 나서 깨달음을 얻고 쓴 작품이다. 저자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연금술사>와 <순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 책 또한 시련 속에서 자기 확신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중에서 엘리야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이지만, 굳건한 모습만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마주하는 비극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겁을 먹기도 하며 믿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계속해서 맞닥뜨리는 역경들을 딛고 일어난 끝에 엘리야는 비로소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깨닫고 신의 뜻을 이해하게 된다. 어딘가 우리와 닮아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길 멈추지 않은 엘리야. 바로 이 지점에서 신화 같은 엘리야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인생에서 힘든 일은 대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고는 한다. 고난이나 실패를 맞이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대처하기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무너진 자아를 다시 쌓아 올리다 보면 더 단단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코엘료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삼아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갔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때 그가 얻은 교훈이 엘리야가 겪는 영적인 모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시련에 굴복하기보다는, 도전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에 대한 굳은 믿음을 바탕으로 더 나은 자아로 나아가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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