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 『헤어질 결심』

(주)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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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맡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역)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역)를 만난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서래는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말한다. 경찰은 ‘마침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작은 감정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 서래를 의심하며 용의선상에 올린다. 특히 담당형사인 해준은 잠복 수사를 하며 서래에 대해 알아가고, 사망 사건의 용의자로서 의심하는 동시에 이성으로서 관심을 느끼게 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영화는 수사극처럼 전개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로맨스에 집중한다. 형사와 의심을 받고 있는 용의자 간의 관계와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다양한 연출로 드러난다. 이때 안개는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졌다.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노래 ‘안개’가 영화의 출발점이 되었고,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에는 정훈희·송창식 듀엣 버전의 ‘안개’가 삽입되었다. 영화의 후반부 배경이 되었던 이포는 안개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가정이 있는 해준은 용의자인 서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개 같은 현실에 숨긴다. 노래 ‘안개’에서는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는 가사가 있다. 똑바로 다시 보기 위해 수시로 안약을 넣는 해준도 안개 속에서는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산에서 시작했던 영화는 바다에서 끝이 난다. 인터뷰에 따르면 박 감독은 높은 산에서 시작해 하강하는 구조를 담고 싶었다며 산과 바다는 하나의 우주, 하나의 세계를 의미하는 자연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서래의 집 벽지는 산으로도 보이고, 바다로도 보이는 오묘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박 감독은 이는 안개처럼 흐릿했던 상황에도 불분명한 무언가를 추구하고 똑바로 보고자 했던 해준을 표현하려는 장치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다양한 미장센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스토리라인이 지루하고 주인공 간의 감정선이 너무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 용의자와 형사라는 관계인 둘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해준의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번지듯이 서서히 오는 사람이 있다”는 말처럼 영화는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감정선을 연출이 극대화했고, 여러 장치를 사용해 복잡한 감정을 풀어냈다.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싶었다고 했다. 멜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이 없다. 그러나 사랑을 감추었음에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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