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미공개작 포함, 류경채·권영우·백남준 작품 10점 전시

교내 KAIST비전관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전경이다. 작품명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염원 94-2(류경채, 162×135cm, 1994)」, 「축전 89-9(류경채, 162×130cm, 1989)」, 「딘 윙클러에 대한 경의(백남준, 208cm, 1995)」.(©KAIST비전관)
교내 KAIST비전관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전경이다. 작품명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염원 94-2(류경채, 162×135cm, 1994)」, 「축전 89-9(류경채, 162×130cm, 1989)」, 「딘 윙클러에 대한 경의(백남준, 208cm, 1995)」.(©KAIST비전관)

 교내 학술문화관 내 KAIST비전관 아트갤러리에서 미술 전시회 <정문술 컬렉션>이 6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최된다. 관람이 시작된 날짜인 6월 23일에는 <정문술 컬렉션>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의 개최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우리 학교에 평생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대거 기증하며 이루어졌다. 정 전 회장은 앞서 2001년과 2014년에도 총 515억 원을 우리 학교에 기부하여 당시 신설된 바이오및뇌공학과에 크게 이바지한 바 있다. 전시를 준비하며 정 전 회장은 총 34점의 작품을 우리 학교에 새로 기부하였다. 

 이 중 <정문술 컬렉션>에서 공개되는 작품은 총 10점으로, 류경채·권영우·백남준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류경채 작가(1920~1995)는 우리나라의 현대 추상미술을 주도한 1세대 추상화가로, KAIST비전관에는 <축전> 연작, <염원> 연작, <날> 연작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축전> 연작과 <염원> 연작은 ‘완전한 기하학적 형태로 절대 추상 세계를 반영하였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영우 작가(1926~2013)는 대표적인 단색 화가로, 백색 한지를 이용해 추상적인 작업을 시도하여 동양화 표현 양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권 작가의 <무제>가 전시되었으며, 해당 작품에서 이러한 시도가 드러나 있다. 

권영우,무제, 162×130cm, 2002 (©KAIST비전관)
권영우,무제, 162×130cm, 2002 (©KAIST비전관)
류경채,축전88-4,195×195cm,1988 (©KAIST비전관)
류경채,축전88-4,195×195cm,1988 (©KAIST비전관)

 백남준 작가(1932~2006)는 미디어아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흔히 ‘미디어아트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예술가이다. 1984년 새해에 전 세계 동시 위성 송출되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 <딘 윙클러에 대한 경의>가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었으며, 특히 이 작품의 경우 KAIST비전관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개되어 의미가 깊다.

 <정문술 컬렉션> 전시를 기획한 이진준 미술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텍스트가 아니고 체험하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고 그 뒤에 있는 작가의 의도,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 그런 관점에서 보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라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였다. 

 또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한 이 관장은 ‘미디어아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백남준에 대해선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보면 세상의 모순들에 대해서 아기처럼 천진난만하게 유희적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많다. (중략) 백남준의 작품은 그가 제시했던 작품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동시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초월했다.”라고 그의 작품이 현대에 갖는 의미를 부각하였다. 덧붙여 “백남준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보면 추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많은 것들이 한데 묶여 있다. 백남준은 스스로 비빔밥과 같다고 표현하였는데, 비빔밥과 같다고 했던 이유는 이 모든 복잡다단한 세계와 경험의 총합이 하나의 작품으로 되었기 때문으로 본다”라며 전시 작품이 갖는 메시지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한편 이번 전시를 준비한 학술정보개발팀 오욱진 학예연구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문술 회장 작품을 직접 받아오면서 이 작품을 왜 기증하셨는지에 대해 말씀하신 게 있다. KAIST가 과학기술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인데, 전시 작품들을 통해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정 전 회장의 기증 의도를 설명하였다. 또 백남준과 함께 작업했던 엔지니어 딘 윙클러를 언급하며 “KAIST에는 과학기술 연구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딘 윙클러처럼 예술과 협업해서 창의적인 생각을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회장님도) 학생들도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예술·문화적인 부분도 많이 경험하면서 기존에 갇혀있던 틀에서 깨어날 수 있는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 작품들을 꼭 집어서 보내주셨다”라고 <정문술 컬렉션>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오 연구사는 “현재 비전관 뒤쪽으로 미술관 건립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재원은 정문술 회장님의 기부금을 통해서 미술관이 건립되고 있다. 현재 공간적으로 제약이 되어 소규모로 전시를 보여주고 있지만, 1~2년 후에는 더 다양하고 도움되는 전시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라며 건립 예정인 교내 미술관에 대한 구성원들의 많은 관심을 요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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