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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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뒤면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오랫동안 고령층 인구의 증가와 청소년(유년층) 인구의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여겨져 온 것이 무색하게, 최근 구매력 있는 노년층,  ‘A세대’ 가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장래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에 실버세대를 위한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단순히 긴 삶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현재를 즐기기 위한 노년층의 노력과 그에 관련한 산업군들이 주목받고 있다. 패션, 미용, 문화, 여가 생활 등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던 서비스들이 경제적 여유와 자유시간을 확보한 A세대를 주 고객으로 바라보며 그들을 향한 시장 확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최근 주목을 받던 젊은층 또한 부모님 세대인 A세대의 모습에 귀감을 얻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A세대의 특징과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A세대 집중 조명

 글로벌광고회사인 TBWA Sen-ior Lab과 한국리서치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높은 구매력으로 여유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 50~69세를 시장이 진정 주목해야 할 소비자로서 집중 조명하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런 노년층을 A세대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A는 어떤 집단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Ace’, 혹은 열망을 의미하는 ‘Aspiration’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더해 A세대가 가진 특징들을 아래와 같이 7가지 A로 시작하는 키워드로써 표현하기도 한다. 

1. Ageless
나이를 의식해 보수적으로 살기보다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은 욕구 

2. Accomplished  
남은 인생 동안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가치 있는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 

3. Autonomous
도움이 필요한 의존적 삶이 아닌,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 싶은 욕구

4. Attractive in my own way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나이 들고 싶은 욕구

5. Alive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기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 

6. Admired  
많은 경험을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존경과 존중을 받고 싶은 욕구 

7. Advanced
성숙하고 수준 높은 나만의 취향을 가지고 싶은 욕구 

 이러한 성격을 가진 A세대는 MZ세대 못지않게 화려한 일상을 즐기고, 환경·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광고 수용도가 높고, 풍부한 돈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도전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며 역동적인 소비성향을 가진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노년층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노년층에게도 장보기, 패션, 명품 구입까지 일상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러한 추세 또한 기업들이 A세대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의 경계를 허무는 액티브 시니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에서 활동적인 노인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이 미디어와 인터넷을 활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93만 구독자 패션유튜브 인플루언서인 밀라논나(장명숙)씨는 과거 패션 담당 바이어이자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교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패션에 관한 1인 미디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패션에 관한 설명뿐 아니라, 1978년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의 패션학교로 유학했던 경험과 오랜 시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쌓아온 철학을 솔직히 밝히는 영상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밀라논나는 시청자들을 Amici(이탈리아어로 ‘친구’)라고 부르며 삶의 조언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젊은 나이대의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본인들이 밀라논나의 영상을 보며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17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춤 영상 하나로 9백만 뷰를 기록한 틱톡커 ‘아저씨즈(Ahjussis)’는 60대 남성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패션크루이다. 이들은 세련된 옷을 착용하고 영상에 출연해 유행하는 춤을 추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며 해외 진출을 꿈꾸어 중장년계의 BTS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세대들의 영향력은 최근 배우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솔직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간 것을 계기로 더욱 깊어졌다. 이렇듯 A세대들의 역동적인 도전들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 등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A세대 고객 잡아라

 기업들은 이런 A세대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인 발란(Balaan)은 A세대까지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50대 배우 김혜수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했던 온라인 쇼핑몰 지그재그(Zigzag)도 배우 윤여정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윤여정 배우는 지그재그의 광고에서 인생의 교훈을 알려주는 듯한 화법으로 “그러니깐 니네들 마음대로 사세요”라는 대사와 함께 출연한다.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분야에서 LG전자는 최근 신제품홍보 모델로 80대 유튜버 부부를 택했다. 80대 부부가 직접 제품을 설정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담아 노년층을 대상으로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취지이다. 큰 자막과 또박또박한 음성 연출 또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함을 알 수 있게 하는 요소이다. 

 

‘사장님, 사모님, 어르신’ 아닌 OO님

 우리는 흔히 노년층들을 부를 때 사장님, 사모님 혹은 어르신 같은 표현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소비트렌드 설문조사 플랫폼인 임팩트피플스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다른 표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의 부모 혹은 각자의 역할로 불리다 보니 잊힌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에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30%, 그 외의 호칭이 33%를 차지했다. 다른 조사 결과들에서도 변화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50~69세에 해당하는 A세대의 52.6%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75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75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20.8%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65세가 노인의 연령기준으로 사용되는 것에 비해 높은 기준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셈이다. 또한 자녀에 대한 ‘적정 부양 기간’에 대한 설문에서도 과거 2010년에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부양해야한다는 응답이 46%였던 반면, 현재 29.7%대로 낮아졌다. 반면 자녀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의 비중은 3.1%에서 32.8%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서 자녀 부양을 끝내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경향이 드러나는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서 ‘본인의 건강’을 응답으로 고른 노년층이 조사 대상의 36.3%를 차지한다. 사회 환경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라 A세대의 노후에 대한 인식과 삶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인식이 바뀐만큼 인생의 새로운 절반을 살아가는 A세대의 역동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주목해야할 때이다. 

©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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