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하루 속에 있었나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쳤을 인연, 하지만 학교라는 장소로 이어져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민기(좌), 김태영(우) Lunchy 공동대표 (김태영, 한민기 학우 제공)
한민기(좌), 김태영(우) Lunchy 공동대표 (김태영, 한민기 학우 제공)

 

 지난 5월 학교에 학부생이 만든 새로운 점심 배달 서비스가 등장했다. Lunchy는 점심시간 교내 학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교내 건물 1층에서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Lunchy가 카이스트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는 공동대표 김태영(전산학부 18), 한민기 학우(기술경영학부 20)를 만나, 서비스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보았다.

 

Lunchy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김태영(이하 김): 교내 식당 점심 줄이 너무 길잖아요. 점심시간에 줄 서는 것도 귀찮고, 코로나여서 위험하기도 해요. 더욱이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배달 음식을 시켜도 건물 앞에 아니라 학교 쪽문까지 가서 배달 음식을 받아야 해서 많이 불편했어요. 카이스트 학생 중 한 명으로서 이런 불편함이 뚜렷하게 느껴지니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민기가 저한테 연락이 왔고, 서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둘 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같이 Lunchy를 고안하게 되었어요.

 

원래 창업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김: 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런치가 제 세 번째 창업이에요. 아침 배달 서비스인 카이모닝을 운영했던 적도 있어요. 구독제로 운영하던 모델이어서, 바로바로 주문하는 Lunchy와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 다르지만, 그때 만들었던 홈페이지라든지 여러 부분은 Lunchy 준비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한민기(이하 한): 유치원 때부터 계속 제 꿈은 발명가였고, 그 꿈이 구체화하면서 창업의 길로 가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 길로 갈 것 같아요. 실제로 창업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형한테 많이 배웠죠. 경험이 엄청 중요하잖아요. 여러 일들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한: 저희는 모든 일을 다 같이 해요. 사업이라는 게 일이 터지면 수습을 하는 게 반복되는 과정인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두 명이 같이 해결합니다. 더구나 저희 둘이 룸메이트라서 계속 같이 지내면서 일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서로 닮은 점도 많은데요. 특히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비슷해요. 계획을 체계적으로 꼼꼼히 짜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냥 진짜로 일단 부딪히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Lunchy 준비 기간은 5~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겨울 방학 때 집중적으로 했어요. 1월에 시작해서 5월에 개시했죠. 개발 기간은 사실상 2-3개월 걸렸지만, 그 외에도 가게들이랑 협상을 진행하는 등의 준비 기간이 오래 걸렸어요.

 

교내 식당, 학교 측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김: 먼저, 식당 측이 정말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사실 이미 잘 되는 가게의 경우, 배달을 하면 더 바빠지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 이득보다 클 텐데, 학생들이 창업을 하니까 도와줘야겠다며 선뜻 같이해 주신 분들도 많아요. 갈 때마다 커피 한 잔, 피자 한 조각 주시면서 따뜻하게 도와주셨어요. 배달 시간대를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싶어요. 12시부터 1시 사이의 피크 시간대에는 이미 줄이 엄청나게 서 있기 때문에 배달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가 사실상 너무 어려워서요. 지금처럼 그나마 한적한 시간인 11시에 주문을 마감하고, 준비해서 11시 반에 픽업과 배달을 시작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모두가 대부분 호의적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한: 학교랑 협상하면서는 어떻게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심했었고, 실제로 저희도 코로나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던 상태여서, 학생들의 코로나 감염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코로나 대응 관련 부서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고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런치를 하면서 카이스트 창업원, 행정팀, 음식점 사장님 등 정말 많은 분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고 힘들었지만, 카이스트였으니까, 우리 학교가 좀 더 창업에 열려있는 환경이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순수익은 어느 정도 되나요?

한: 수익을 떠나서, 현재로서는 저희가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학교에서 점심을 좀 더 편하게 먹자’는 목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저희도 저희 서비스를 정말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김: 수익은 박리다매라, 나중에 많이 쓰게 되면 어느 정도 남을 것 같아요. 사실상 아직 학교에 많이 알려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학부생에게는 많이 알려졌어도, 대학원생분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다음 학기에 좀 더 개발과 마케팅을 발전시켜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탄탄한 서비스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학부생으로서 학교생활과 병행하기에 힘들지 않았나요?

김: 지난 학기에 둘 다 수업을 들었어요. 저는 13학점 듣고, 민기는 15학점을 들었어요. 어떻게 학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음 학기에는 모두 휴학하고 창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한: 창업이라는 게 업무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이 없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오곤 해서, 한 번 몰려올 때는 과제나 다른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갑자기 서버에 오류가 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이 1순위가 되어서, 해결될 때까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니까요.
김: 그래서 저희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게 자동화였어요. 저희의 꿈은 런치가 카이스트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거에요. 저희가 졸업해도 런치는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매니저 한 분만 있으면 문제없이 잘 돌아갈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데 제일 신경을 쓰고 있어요. 

 

서비스 운영 중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 처음에는 사람들이 Lunchy를 통해 점심을 배달받고, 먹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 제가 Lunchy를 진짜 운영하고 있다는 게 와 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한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KLMS에 오늘 수업 시간에는 김태영 학생이 창업한 Lunchy로 밥을 먹자는 공지를 올리신 거예요. 창업을 축하한다고 하시면서요. 많이 팔리기도 해서 기분도 좋고, 감사했죠. 

한: 생각보다 학우분들이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배달 실수가 있었는데, 익명 피드백에 그래도 배달할 때 땀 흘리시면서 배달해 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쓰신 분이 계셨어요. 이런 응원들이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김: 영향력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Lunchy도 제가 소속한 학교 내에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학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대전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공동체의 범위는 확장되겠지만, 계속 제가 속한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형이랑 제가 같이 세웠던 제일 큰 가치관 중 하나가 ‘알맹이가 있는 사람이 되자’는 거였어요. 말하자면, 창업은 자기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파는 건데, 이 아이디어에 핵심(알맹이) 같은 게 없으면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잖아요. 허울 좋은 포장이 아니라 정말 핵심적인 무엇을 보유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쭉 그런 신념을 지켜갈 거예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Lunchy가 카이스트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서비스가 카이스트에서 점심을 먹을 때, 당연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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