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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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 행동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동물의 행동을 자주 인간의 관점에서 오인하고,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상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동물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감정을 느끼며, 학습하는지 과학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동물과 사람은 서로 다르다. 생김새부터 감각 체계,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까지 다른 점이 많다. 따라서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인식하는지, 그리고 동물이 왜 그런 행동을 보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물이 느끼고 인식하는 세상

 시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감 중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그러나 동물의 시각은 사람의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보다 시력이 좋지 않다. 좋은 시력이란 세밀한 피사체를 깨끗하고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대다수의 동물들은 시력이 나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물체에는 거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개는 인간이 75피트 떨어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물체를 20피트 앞까지 가야만 볼 수 있다. 개의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의 수가 인간보다 적기 때문이다. 원추세포는 낮 시간의 시각과 색상 감지를 담당하는 세포로, 시각의 해상도에 영향을 미친다. 개는 어떤 물체도 사람만큼 뚜렷하게 볼 수 없지만, 야간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가 발달해 야간 시력이 우수하다. 

 또 다른 큰 차이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가축의 두 눈은 머리 뒤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대신 동물들은 미간이 넓어 머리 뒤만이 아니라 정면에도 사각(어느 각도에서도 보이지 않는 범위)이 있다. 

 또한, 동물의 망막 구조 역시 인간과 다르다. 망막에서 사람이 가장 선명한 시야를 느끼는 부분을 중심와라고 하는데, 영양이나 가젤 같은 동물들은 중심와 대신 시각피질의 일종인 선조피질을 가진다. 동물들은 아래를 내려다봄으로써 시각 선조에 이미지를 정렬시키고, 수평을 확인한다. 이러한 특징은 투우장에서 소들이 투우사를 들이받기 전에 머리를 숙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색깔과 대비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동물은 빛과 어둠을 강렬한 대비로 인식한다. 동물의 야간 시각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야간 시각은 대비를 뚜렷하게 인식하지만, 색깔 인지에는 좋지 않다. 실제로, 새와 사람, 일부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푸른색과 초록색의 두 가지 색만을 인식하는 2색각 동물이다. 이러한 동물들에게 노란색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는 색이므로 노란색을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동물들은 강렬한 대비와 같은 낯선 것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들을 두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앞선 사례들만 본다면 동물이 세상을 인식하는 범위는 인간보다 현저히 좁아 보인다. 하지만 동물은 세상의 어떤 부분을 인식하는 데는 인간이 가지지 못한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우리는 이런 능력을 초감각이라고 부른다. 초감각은 초능력처럼 불가사의한 능력은 아니다. 초감각은 단지 동물이 인간과 다른 감각기관, 다른 데이터 처리 방식을 가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능력이다. 대표적인 예로, 코끼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극저주파를 사용해 의사소통한다. 돌고래는 이마 아래 기름으로 가득한 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소리를 집중시킬 수 있다. 돌고래는 이 주머니를 이용해 초음파로 소통한다. 이처럼 동물은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보다 예민하게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동물들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동물의 공격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동물은 사람처럼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동물은 양가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처럼 어떤 대상에게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대신 동물들은 크게 ▲분노, ▲먹이를 쫓는 강한 욕구, ▲공포, ▲호기심과 흥미 그리고 기대감의 네 가지 핵심 정서를 느낀다. 또, 동물들은 ▲성과 욕정, ▲분리불안(부모와 자식), ▲우정과 사랑 그리고 상실, ▲놀이와 난동(어지럽힘)의 네 가지 사회적 감정을 갖는다. 이러한 정서와 요소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정서는 동물이 느끼는 공격성이다. 동물은 종과 관계없이 포식적 공격성을 갖는다. 포식 동물이 아니더라도, 동물의 머릿속에는 포식적 공격성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쥐는 먹이 동물에 해당하지만, 먹이를 물어 죽이도록 하는 두뇌 부위를 자극하면 똑같이 공격성을 보인다. 쥐는 야생에서 먹이를 거의 사냥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동물은 그저 재미를 위해 사냥을 하기도 한다. 포식을 목적으로 하는 뇌의 회로가 작동될 때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 없이 먹이를 쫓기만 한다면, 동물이 먹이를 획득할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지기만 한다. 그래서 동물은 먹이를 쫓으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동물에게서 언제 충동을 억제해야 하는지 배운다.

 감정적 공격은 포식성 공격과 완전히 다르다. 감정적 공격은 분노에 의해 지배된다. 동물들이 긍정적인 재미를 느끼는 포식성 공격과는 달리, 분노할 때 느끼는 공격성은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고양이의 분노 회로가 전기적으로 자극된 상황을 상정해보자. 분노 회로가 자극된 고양이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위협음을 발산한다. 털을 곤두세우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아드레날린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러나 포식 회로가 자극될 경우, 고양이는 반대로 침착성을 유지한다. 그들은 적당한 타이밍이 될 때까지 공격성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

 동물과 관련된 사람들은 이러한 공격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먼저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사회화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다음으로 동물이 사람에게 적절하게 사회화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전자가 필요한 이유는 동물이 일평생 하는 모든 행동은 다른 동물로부터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와 부모의 존재는 동물에게 몹시 중요하다. 이때 서열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 무리를 이루고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서열을 이룬다. 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보호자들은 그들이 반려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우두머리로 확실하게 인지시켜 두어야 한다. 서열 정리를 하고, 긍정적인 보상 체계를 통해 동물을 훈련했을 때, 동물들은 인간과 더 나은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다.

 

동물이 느끼는 공포

 보호자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정서는 동물이 느끼는 공포이다. 동물은 말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통을 숨기기까지 한다. 야생에서는 어떤 동물이든지 상처를 입으면 포식자들에게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통증을 느낀다. 심지어 뇌 단층 촬영을 통해 실험한 결과,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통증을 받는 상황에서도 동물들은 고통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동물들의 전두엽은 인간만큼 부피와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동물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 전두엽은 중뇌부에 위치하며 공포를 느끼는 일을 담당하는 해마체를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해마체는 뇌하수체에서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도록 하는데, 동물은 전두엽이 상대적으로 작아 인간만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잘 억제하지 못한다. 또한,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기 자신이나 주위와 소통할 수 있으므로 공포에서 더 잘 벗어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다.

 동물이 공포를 느끼는 메커니즘은 사람과 같지만, 동물이 체감하는 공포는 사람과 다르다. 따라서 동물의 공포를 조절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러 훈련법이 고안되어왔지만, 처벌이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동물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혹독하게 처벌할 경우 동물의 분노 행동을 초래하여 사고를 낳게 된다. 우리는 처벌 대신 동물의 성향을 고려하여 그들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물의 재능과 학습 능력

 이제 우리는 동물들이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무엇을 학습할 수 있을까? 동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동물들은 학습 능력이 없으며,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고 오해해왔다. 하지만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소리의 톤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동물들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나다. 회색 다람쥐는 매년 겨울 수백 개의 밤을 땅에 하나씩 파묻지만, 그 위치를 전부 기억한다. 탐색견은 엑스레이보다 약 3배 정확하게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동물들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생각할 때이다.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르다.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종간의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동물과 여러분의 삶을 나누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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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동물과의 대화> 탬플 그랜딘, 캐서린 존슨, 언제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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