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기자로 일 년을 보내며 기자 수첩에 무슨 이야기를 적으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다. 학술부 기자로 반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인생을 가장 크게 바꾼 경험을 꼽는다면 역시 여러 인터뷰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수습기자 시절에 했던 첫 인터뷰는 완전히 실수투성이였다. 시간 약속을 착각하기도 했고, 연구실을 찾지 못해 캠퍼스를 한참 헤매기도 했다. 그날 교수님께 소통의 중요성에 관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와 한동안 자괴감에 휩싸여 있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오히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 내용이 흥미로워서 인터뷰를 준비하며 공부가 많이 되기도 했고, 첫 인터뷰 날을 제외하고는 인터뷰에서 큰 실수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후에 좋은 기회가 닿아 첫 인터뷰를 했던 연구실에서 개별 연구를 하기도 했으니, 처음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여러모로 인상적인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물리학과 교수님들과 인터뷰하게 되었다. 화상 인터뷰가 처음이기도 했고, 물리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라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는 교수님들께서 기본부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안심하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께서 물리라는 학문에 느끼는 애정이 인터뷰하는 내내 선연하게 느껴져서 인터뷰하면서도 즐거웠다. 한 분야를 깊이 좋아한다는 일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학술부 정기자가 된 후로는 다른 학과의 인터뷰이들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서로 다른 학과의 인터뷰이들을 만날 때마다, 학과마다, 또 연구실마다 다른 분위기가 재미있었다. 교수님께서 학보사를 하셨던 경험담을 듣고 오기도 하고, 즉석에서 연구 내용과 관련된 짧은 강의를 듣기도 했다. 개발한 센서를 보여주시기도 했고,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문제에 관해 화두를 던져 주신 분도 계셨다.

 최근 진행했던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이제는 은퇴하신 생명과학과 교수님과 진행했던 인터뷰였다. 지금까지 했던 인터뷰 중 가장 긴 인터뷰였는데, 세 시간에 걸쳐 실험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부터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면 좋은지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다. 연구 내용을 이렇게 꼼꼼하게 이해하게 된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교수님께서 학생을 오랜만에 만난다고 정말 반가워하시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연구를 향한 교수님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말씀하시는 내내 정말 즐거워 보이셔서, 언젠가 인생을 바쳐 몰두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우고 얻은 것들이 참 많다. 앞으로 어떤 분들을 만나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신문을 통해 새롭게 들은 좋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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