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학부 석사과정 박혜린 학우와의 인터뷰

박혜린 학우 제공
박혜린 학우 제공

 우리 학교의 캠퍼스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우리 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중증장애인 박혜린 학우(전산학부 석사과정 22)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학교의 장애인 이동권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알아보았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전산학부에서 석사과정 중인 박혜린이다. 지난 2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로 학부 생활을 마치고(관련기사 본지 500호, <2022년도 학위수여식 개최>), 류석영 교수님의 프로그래밍 언어 연구실에 있다.

 

선천적 장애로 이동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알게 되었다. 처음 입학한 후에 제도와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어 항상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 왔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내가 KAIST에 입학한 첫 중증장애인이다. 그래서인지 입학했을 때에는 캠퍼스를 누비는 데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이용해야 하는 건물은 많은데 어디에 턱이나 계단이 있고, 경사가 없는지 몰라서 무조건 캠퍼스 테두리를 따라 크게 돌아서 다니기도 했다. 건물에 도착해도 내가 출입이 가능한 입구를 찾아야 했다. 입학했던 2017년에는 일정상 교양분관을 많이 방문해야 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건물 입구 바로 앞의 계단 위를 올라가기 위해 뒷문 쪽으로 가서 다시 입구가 있는 앞문 쪽으로 가야 했다.

 장애인 화장실도 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냥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건물의 1층에 단 하나만 있었다. 그마저 창고로 사용 중이거나, 휠체어가 안 들어가거나,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안 닫히는 구조여서 불편함이 많았다. 잘 갖춰져 있지 않거나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이 너무 많았고, 특히 이런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이 없어 어디 물어볼 수도 없다는 점이 정말 힘들었다.

 

궁동, 어은동 등 캠퍼스 주변 시설 이용에는 불편함이 있었는지?

 어은동과 궁동 쪽은 아예 가기를 포기한 지가 한참 되었다. 입학 후에 그쪽 주변을 다 돌아봤는데 갈 수 있는 식당이 두세 곳 뿐이더라. 그래서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가거나 술을 마시러 가는 일에는 거의 참석을 하지 않았다. 승강기가 있는 건물이라고 듣고 갔는데 승강기 앞에 계단이 있어 당황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대전에 놀러와 학교를 구경하더라도 학교 구경이 끝나면 나중에 생긴 건물들이 많은 둔산동 쪽으로 주로 간다.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어떠한 점이 가장 큰 고비였는지?

 이 모든 문제들은 나만 알고 나만 겪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우리 학교에 처음 입학한 중증장애인이기에 건의 사항을 낼 때마다 내가 가진 불편함에 공감할 수 있게 설명을 해야 했는데, 이걸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를 고민을 많이 했다. 학생으로서 학업 생활을 해내는 것으로도 벅찬데, 낯선 상황에서 나 외에는 아무도 겪지 않는 불편함을 겪고 학교에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지내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어려움이 개선되었는지?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 경사로와 화장실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곳에 새로 만들어주었고, 기존에 있더라도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에도 내 전공·부전공 학과 건물들에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 주어서 2학년부터는 큰 불편함 없이 캠퍼스를 다닐 수 있었다. 학생지원팀과 직접 소통하며 캠퍼스에서 공사가 필요한 곳을 그때그때 사진을 찍어 연락드렸고, 입학 후에 장애학생 간담회라는 자리도 마련해주셔서 주기적으로 여러 관계자 분들을 뵙고 소통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도 모든 건물에 승강기가 있지는 않고, 강의실도 편히 앉아있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일정을 잡을 때 그런 건물은 피하면 되고, 대형 강의실이나 자리가 좁은 강의실에서는 맨 뒷줄이나 통로에 혼자 앉으면 되긴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지는 않고, 더구나 눈치도 보이고 거리감도 생기는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은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므로, 학교 측에 장기적으로 이 부분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학교에서 아직 장애인들에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제도보다는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강의가 끝나고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할 때, 승강기는 매번 4층에서부터 꽉 찬 채로 내려왔다. 다들 학업에 지친 얼굴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 상황에 매번 내려주실 수 있냐고 부탁하기 힘들고 지쳐, 이 휠체어로 계단 한 층만이라도 내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나를 아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연구실에서 지내서 매일 같은 사람들과 생활하다 보니 이런 일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사람 많은 곳을 가거나 낯선 곳을 가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걱정스럽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각자 삶에 바쁘더라도 조금만 시야를 넓혀 서로서로 배려를 해주고 따듯함을 느끼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경사로 앞에 차나 자전거를 주차하지 말아줄 것을 전하고 싶다. 경사로를 막아버리면 그 건물이나 도로는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을 막은 곳이 되어버린다. 빈도는 덜하지만 장애인 화장실 앞을 막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캠퍼스를 위해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학위수여식에서도 말했지만, 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시고, 건물의 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함께 길을 돌아가주며 저와 옷깃을 스친 모든 교내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무사히 많은 분들께 축하를 받으며 졸업을 했고, 다시 이 학교에서 석사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장애인 이동권 관련해서 서로 싸우고 헐뜯는 이야기를 보며 참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 그 누구도 이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기보다는 서로 살피며 이해를 하고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위한 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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