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암호화폐 LUNA(이하 루나)의 가격이 7일 전과 대비하여 100만분의 1이하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전까지도 사기 목적으로 발행한 일명 ‘스캠 코인’ 등 폭락하는 암호화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가 총액이 10위 권 안쪽인 루나의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들만한 사건이다. 이 기사에서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UST(이하 테라)와 이를 위해 등장한 루나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해당 사건과 그 영향, CDBC, 그리고 한국에서의 암호화폐에 대해 다뤄본다.

 

UST와 LUNA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실제 화폐 혹은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도록 고정하여 가격의 변동성을 줄인 암호화폐이다. 처음 해당 개념이 나왔을 때에는 추종하는 화폐 혹은 자산의 실물 혹은 담보를 가진 만큼 발행하여 그 가치를 보존하였다. 이를 담보 기반의 페깅, 혹은 가치보존이라 한다. 예를 들어 1타임즈가 1달러를 추종하도록 하는 암호화폐 타임즈가 있다고 하면, 타임즈를 발행하는 주체는 달러를 보유한 만큼 타임즈를 발행할 수 있으며 해당 달러의 사용처는 공개가 되어야만 했다. 이는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투자은행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계 회사인 테라폼랩스는 그들이 발행한 테라를 실물이나 담보가 없이도 작동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이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만든 암호화폐가 바로 루나이다. 테라폼랩스 사는 디파이* 플랫폼 테라스테이션을 통해 1테라를 교환 시점에서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진 경우에는 루나 1달러어치와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라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어 가격이 1달러로 조정이 되며, 반대로 1달러보다 높아지게 되어도 루나 1달러어치와 테라 1개가 교환이 가능하므로 테라의 가치가 낮아져 가격 조정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루나와 테라에 투자할 유인이 무엇일까? 테라폼랩스는 디파이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에서 루나를 담보로 테라를 빌리거나 직접 테라를 예치함을 통해 1년 이율 20%의 장기 투자를 보장하였다. 이는 낮은 이율로 대표되는 기존 은행들의 예·적금 상품들은 물론 주식이나 ETF 등 보다 변동성이 높은 상품들과 비교하여도 훨씬 높은 수익률이다. 이를 넘어 테라는 프로젝트 시작 기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디파이 역사상 가장 높은 연이자를 제공한 것이다. 해당 연이자는 합성자산 투자나 파생상품, 보험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 하던 일을 테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각 서비스의 수수료를 분배하여 지급한다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의 계획이었다. 기존 금융권에서 사익으로 남기던 부분을 투자자들의 예금 수익으로 반환함에 더하여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고정적인 수요를 만들어 뱅크런**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정리하면, 루나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테라 주조를 통한 시뇨리지***로 담보하면서, 테라의 사용 수요를 충분히 확보함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테라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를 앞서 언급된 실물이나 담보 기반의 페깅과 비교하여 알고리즘 기반의 페깅이라고 한다. 해당 페깅 방법은 테라가 항상 루나로 교환이 가능해야 작동하므로, 루나의 시가 총액이 테라의 시가 총액에 비해 큰 경우에만 테라의 가치가 담보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테라폼랩스는 회사가 보유한 테라를 팔아 비트코인 보유고를 늘려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을 보조적인 담보 수단으로 하고자 하였다. 

 

LUNA의 대폭락

 루나는 기존 1 루나의 가격이 10만 원 안팎으로, 거래소별 차이가 있지만 시가 총액 기준 4위에서 9위 정도를 기록하는 큰 규모의 암호화폐였다. 암호화폐 신용 평가 사이트인 Xangle에서 A+를 기록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계획과 작년 초의 1천 원대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최대 14만 원 이상까지 상승한 가격 등에 기반하여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테라의 가격이 페깅된 1달러보다 낮아지는 디페깅 사건이 발생하였다. 디페깅에 의해 테라의 가격 안정성에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보유 물량이 많은 고래 투자자들이 많은 물량을 매도하고자 시장에 내놓는 등 악재가 겹쳐 한때 0.7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하였다. 이런 가치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알고리즘은 루나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3일간, 기존 유통량 약 3억 4천만 개, 전체 발행량 약 7억 개에서 유통량 약 30억 개 이상, 전체 발행량 상한치인 50억 개까지 도달하였다. 테라의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루나의 발행량이 끝도 없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고, 여기에 동조한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잇다르면서 루나의 시가 총액은 총 60조 원 이상 증발하였다. 더 큰 문제는 폭락 과정에서 테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루나로 바꾼 후에 루나를 팔아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루나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테라를 소유한 투자자들의 경우 판매가 어렵거나 막심한 손실을 강제당했다는 사실이다. 시가 총액이 60조 가까이 되었던 루나의 비트코인 보유고가 약 4조 정도였던 것이 알려지면서, 현금 보유고가 총 예금액의 10% 정도였던 투자은행들이 뱅크런 사태에 대처하지 못하였던 것과 비교하여 시스템의 취약점이 공략되었을 때에 대처할 역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사태의 대처와 영향

 사태 3일 차인 5월 11일,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루나 발행량의 최대치를 늘리고, 테라의 페깅을 위해 루나의 유통량을 조정하는 주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대응책을 발표하고,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오는 18일까지 투표를 시작하였다. 알고리즘의 구조상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가질 때까지 루나의 가격이 보존되지 않는 만큼, 발행량 최대치에 도달한 루나를 희생시켜 테라의 페깅을 먼저 도달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테라와 루나의 가격 변화 동향은 해당 대응책이 반영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루나의 대폭락 사태는 비단 테라폼랩스와 테라 및 루나의 투자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신용 평가 사이트에서 인정할 정도로 신뢰할 만한 로드맵을 제시한 암호화폐조차도 가격 안정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은 시장 전반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이미 코로나 사태에서의 복귀를 위해 오르는 금리나 물가 조정을 위해 종결된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악재가 쌓인 해당 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며 전반적으로 폭락했고, 시가 총액 1위인 비트코인조차 3천만 원 선이 붕괴하였다.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되었는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들은 물론 현물 담보를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들까지도 투자자들이 한 번에 대량으로 미국 달러로의 환매를 시도하여 페깅이 깨지기도 하였다. 해당 사태 이후 향후 스테이블 코인과 암호화폐의 전망에 부정적인 미국 재무부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나 예정된 규제들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 

 스테이블 코인과 디파이는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난 경제권역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물론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등과 같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들도 있는 반면, 기존 시스템의 질서를 주도하는 나라들의 경우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규제하거나 기존 시스템 내의 암호화폐를 만들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해당 전자화폐는 예금이나 여타 금융 상품들과 달리 국가에서 공인한 자산으로, 현금의 전자화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국가의 감독 아래에 있어 안정적이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바하마에서 최초의 CBDC인 Sand Dollar가 발행되어 사용 중이며, 이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파일럿 테스트나 관련 실험을 진행하는 등 중요한 화두로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도입을 넘어 CBDC를 제외한 암호화폐의 거래 및 채굴을 금하는 등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 암호화폐 시장을 관망하던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9일 디지털 자산 개발 행정명령을 통해 CBDC의 개발과 연구에 대해 긴급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전 세계에서 국제 단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자국 화폐인 달러가 잃지 않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나라의 CBDC와 암호화폐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2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가 활동하여 이후 금융결제국 내 디지털혁신연구반의 신설로 이어졌다. 지난 2020년 4월 발표된 관련 한국은행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금 수요나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CBDC를 가까운 시일 내에 발행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다만 지급결제 분야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기술적, 법률적 필요 사항의 사전적 검토 및 CBDC 관련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실제로 작년 네이버나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 등의 CBDC 관련 모의실험 참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CBDC가 아닌 방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규제되고 있는가?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정부에 관리체계를 인증받는 동시에 실명 확인 입출금만이 가능해졌고,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3월 25일부터 트래블룰이 시행되었다. 트래블룰은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의 전송 시 거래소의 송수신인 신원 정보를 기록 의무로, 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의 과세는 올해 1월 1일 자로 연 250만 원 이상에 대해 세율 22%의 양도소득세가 예정되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1년 연기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유예되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약으로 연 5천만 원 이상에 대한 과세로 기준 변경이 제시됨에 이어 지난 3월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23년 초로 1년 추가 유예 방침을 밝히기도 하였다. 

 올해 초 기준 암호화폐 투자자의 수는 77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계 기업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폭락에서 암호화폐 관련 과세까지. 적절한 규제와 연구, 과세와 조정을 통해 건강하고 발전가능한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 발전을 기대한다.

 

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구현된 금융서비스

뱅크런(Bank run)**
거래 은행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

시뇨리지(Seigniorage; 주조 차익)***
화폐 발행을 통하여 발행 기관이 얻는 이익으로,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 비용을 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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