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기자
©박정민 기자

 2020년 1월, 전기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740%가 넘는 주가 상승률로 업계 시가총액 세계 1위에 등극하며,  그 어느 회사보다 업계의 뜨거운 감자임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연예인이 전기차를 모는 모습이 방송에 방영되며, 전기 자동차는 일명 '잇템(it-tem)’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전기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번 기사를 통해 전기 자동차의 역사와 원리 및 현재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 자동차는 동력의 일부분이나 전부를 배터리로부터 얻을 수 있고, 주전력망에 직접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은 전기 자동차가 최근에 개발되어 상용화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기 자동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됐다. 

 1830~40년 사이 처음 원유전기마차가 발명되면서 전기 자동차가 시작되었다. 그 뒤,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1900년대 초반까지 전기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가 정점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 낮은 속도 등 많은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못했다. 또한 이때 미국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약 100년 동안 가솔린 자동차가 업계를 지배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화석연료 고갈 및 내연기관 자동차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가간 국제협약인 신기후체제(파리기후협약) 발효는 이같은 상황을 촉진하여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으로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구조의 전기 자동차들이 개발되고 있을까?

 

동력에 따른 전기 자동차의 종류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를 동력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구동원에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이하 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이하 PHEV) 그리고 순수 전기 자동차(이하 EV)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HEV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 두 가지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로서 현재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이다. 저속 주행 시 전기 모터를 사용하다가 가속 주행 시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저속 주행 시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통 체증과 같이 자동차의 운전정지 및 공회전으로 인한 연료 낭비를 막을 수 있어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내연기관으로 주행할 때, 발전기를 통해 전기 배터리가 충전되기 때문에 충전에 대한 불편함과 충전소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결합된 구조로 가격이 비싸지며 정비가 복잡하고, 내연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 및 배기가스에 대한 해결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2018년부터 HEV를 전기자동차 분류에서 제외하였다. 

 둘째, PHEV는 HEV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결합된 형태이다. 배터리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를 운행하고 나면, 내연기관을 이용해 자동차가 움직인다. 전기 자동차로서의 부분적인 운영을 하는 HEV와 달리 PHEV는 배터리 관리를 잘할 경우 온전히 전기 자동차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배터리를 완충하더라도 30~40km 밖에 안되는 주행거리와 내연기관의 기능을 일부 사용한다는 점, 경제성 등 HEV와 동일한 문제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EV는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오로지 전기 모터와 배터리만 동력으로 이용하는 차량을 뜻한다. 현재 표준 성능의 차량을 제조하는 자동차 회사 대부분은 약 400km 내외의 주행 거리를 제공하는 순수 전기 자동차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 트렌드의 변화

 현재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전기자동차 유형은 HEV이다. 하지만, 친환경 이슈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 대비 전기 모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도 최근 전기 자동차 시장은 HEV에서 충전이 가능한 PHEV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HEV 모델 보다 PHEV 모델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는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확보한 HEV가 대세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각국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관심과 정책, 그리고 전기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며 순수 전기자동차 시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순수 전기 자동차 시대를 열 열쇠인 배터리 개발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자.

 

전기 자동차의 핵심, 배터리

 앞서 전기차의 역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전기 자동차가 내연기관에게 자리를 내준 가장 큰 이유인 충전시간은 배터리 효율의 문제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 전기차의 상용화를 더디게 만드는 이유 또한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 그리고 충전 관련 인프라 등의 문제이다. 특히 전기차의 보급률과 함께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자동차가 가장 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전기차의 대중화를 미루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의 발화 원인의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 즉 배터리나 배터리 관련 부품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왜 폭발하는 것일까? 현재 전기차에 가장 대중적으로 적용되는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이차전지의 일종이다. 이차전지는 한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차전지와 달리, 방전된 후에도 충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말한다.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기 위해 먼저 이차전지의 역사와 리튬 이온 전지에 대해 알아보자.  

 

대중적인 배터리, 리튬 이온 전지 

 리튬 이온 전지는 기본적으로 리튬이온이 전지 양단에 있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추가적으로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통로 역할을 해주는 물질인 전해질과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고 전해질에 다른 물질이 침범하지 않도록 방어해주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리튬 이온 전지의 필수 4가지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안전사고는 리튬 이온만 이동해야 하는 전해액에 다른 요소가 침투하게 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즉, 전해질에 열이나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작은 홈만 생겨도 분리막이 망가져 외부로 전해질이 새어나와 폭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개막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의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근간은 유지하되 전해질(액체)을 고체로 바꿔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하다 보니 전해질 유출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위험이 줄어들게 되며, 분리막 역시 필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성을 높다.

 전고체 배터리가 필요한 결정적인 이유는 안전성과 더불어 기존의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앞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자동차업계의 주류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차가 확실한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구현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핵심부품인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열해진 전지 업계의 경쟁

 앞서 지속적으로 언급된 EV의 약점 중 하나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따라서, EV의 승부수는 배터리의 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LG화학이 GM에 2017년 볼트 EV의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볼트는 32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순수 EV이다. 경쟁사인 삼성 SDI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2014년에는 BMW에 배터리 셀의 공급 확대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수년에 걸쳐서 BMW의 ‘i3’와 ‘i8’등에 새롭게 추가되는 EV용 배터리 셀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EV의 보급확대는 배터리의 수요를 대폭적으로 증가시킬 것임은 자명하다.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 양극 재료, 음극 재료, 분리막 등 전지의 재료 시장도 확대될 것이다. 또한 음극 재료 업체도 증산에 들어간 실정이다. 
 
늘어난 전기차, 부족한 충전소

 2021년 12월 기준으로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집계된 전국의 공공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10만 3089기다. 시간당 7㎾급으로 충전이 가능한 완속충전기는 8만 8631기, 50㎾·100㎾급 급속충전기는 1만 4458기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올해 초 전기차 충전기를 최소 9만 6000기(완속 8만 4000기·급속 1만 2000기) 이상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목표치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충전기 보급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충전 인프라를 전기차 이용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 855대였으나 2021년에는 22만9232대로 늘었다. 2017년 이후 충전기가 약 7.5배 늘어나는 동안 전기차는 약 9.1배 늘어난 셈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주요국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영국이 318.5기, 독일 230.4기, 미국은 185.3기였다. 일본도 153.1기로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기를 이용하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수치와 통계로 볼 때 전기차 한 대당 충전기는 2.5대는 있어야하고, 빠른 보급만큼 중요한 것이 이미 설치된 충전기의 관리 문제”라며 “과거 일부 지역 전기차 관리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50%에 가까운 충전기가 관리부실 및 고장으로 사용이 어려웠다. 무작정 짓는 것보다는 설치 후 관리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전기 자동차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기업들과 연구진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전기 자동차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정부에서는 전기 자동차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삶에 점점 깊게 들어오는 전기 자동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며 앞으로 산업을 선도할 전기 자동차 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문헌 |

<전기자동차 혁명> 무라사와 요시히사, 북스힐

<전기차 첨단기술 교과서> 톰 덴튼, 보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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