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 『생명 가격표』

 생명의 가치에 값을 매길 수 있는가? 값을 매길 수 있다면,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의 값은 각기 다른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생명 가격표’란 생명의 금전적 가치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명에도 일상적으로 가격표가 매겨진다. 그리고 가격표는 한 사람의 소득, 나이, 인종, 직업군 등에 따라 모두 다르게 책정된다. 9.11 테러 당시 미국 정부에서 유가족들에게 나누어준 보상금이 최대 30배 차이가 났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오직 소득과 나이를 기준으로 ‘부득이한 사고가 없었더라면 이 사람은 얼마나 더 벌었을까?’라는 물음에 답한 결과이다.

 생명 가격표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망 보험금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게 책정되며 생명에 가격이 매겨진 가장 가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보험금, 장기이식 순위와 같이 목숨과 직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물의 가격, 대기업들의 환경 오염 관련 규제, 기부금이 쓰일 곳, 개인의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도 생명에게 가격이 매겨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 모두가 평등한 인권을 가지고 있음을 명제처럼 인식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에서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서 동등하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비슷한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도 쓰여있다. 인권은 동등한데,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나이가 더 젊다고 값이 달리 매겨지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 있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미국의 보건 경제학자이자 통계 전문가로 유엔 주요 사업의 데이터 모델러로 일하며 인명의 가치 측정을 연구해왔다. 저자는 우선 생명에 일상적으로 가격표가 매겨지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명에 매겨진 가격표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값이 매겨지는 과정 또한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들며 이야기하고 있다. 가격표가 어쩔 수 없이 매겨져야만 한다면 어떻게 매겨지는지 그 과정이라도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공정한 방법으로 가격표가 낮게 책정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비교적 낮게 책정된 몇몇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에서는 환경 규제 정책 도입 등에서 비용편익분석*을 할 때 때로 비용을 과하게 높게 추산하는 몇몇 이기적인 기업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규제 시행 시 드는 비용이 규제를 통해 수십 년 후 소비자 건강 증진에 기여하여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보다 상당히 크다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생명 가격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생명 가격표가 제대로 매겨질 수 있도록, 최대한 공정한 방식으로 매겨짐으로써 약자의 생명이 소홀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래서 기본 인권을 부정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용편익분석*
정책을 결정할 때 목표 달성에 비용과 편익을 비교/분석하여 여러 대안 중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찾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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