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디U는 중구 서대전네거리역 인근에 있는 대전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이다. 독립영화전용관이란 한국 독립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상영관이다. 법적으로 인정된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를 연간 상영 일수의 60% 이상 상영해야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씨네인디U는 2019년 11월 개관식을 열고 2020년 4월 23일 정식 개관하였다. 인스타그램 계정 ‘@cineindieu’에서 상영시간표와 작품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씨네인디U라는 공간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민병훈 총괄 프로그래머를 만나보았다.

통창이 매력적인 씨네인디U 전경. (©이지현 기자)
통창이 매력적인 씨네인디U 전경. (©이지현 기자)

씨네인디U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대전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은 저희 대전독립영화협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어요. 그러다가 대전시가 주관한 ‘마을극장 및 독립 예술영화 생태계 조성 지원사업 공모’에 저희가 선정되어서 2020년 봄에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이 필요했던 이유는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정말 좁다는 데에 있어요. 대전지역의 독립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의 장을 열고자 독립영화전용관을 이렇게 설립하고 운영 중입니다.

 

상영관 이름이 정말 귀여워요. 어떤 의미를 두고 작명하셨나요?

 영화를 뜻하는 ‘씨네’와 독립영화를 뜻하는 ‘인디’에 충청권 사투리의 어미인 ‘유’를 붙여서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중의적으로 알파벳 ‘U’에도 Ubiquitous(어디에나 있는), Universal(보편적인), Unification(통합) 등의 확장 가능한 의미를 담으려 했어요. 

 

상영작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되나요?

 우리나라에 독립영화 인증제도라는 게 있어요. 독립영화 인증을 받은 작품들이 저희한테 개봉 제안을 보내오면 저희가 프로그램 회의를 진행합니다. 제공된 스크리너*를 먼저 보기도 하고 영화제에서 이미 봤던 영화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 개봉 여부를 확정합니다. 웬만하면 저희는 독립영화들에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가 크니까 대부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 외에도 ‘대전 블루스’, ‘싫은 건 아니지만’ 등 대전 지역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개봉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GV**도 종종 진행하던데 영화인들을 위한 다른 행사가 또 있을까요?

 GV 외에도 ‘영화, 인문주의’라는 주제로 영화 강좌를 3년째 매해 개설해왔습니다. 보통 10회 정도로 구성되는데, 씨네인디U와 같은 건물 7층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인 씨네있지U에서 진행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습니다. 씨네있지U는 커뮤니티 시네마 공간의 필요성을 개관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련되었습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아주 활발하게 운영되지는 못했지만, 영화 강좌 외에도 영화 관련 소통 활동도 종종 진행해왔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 제작 회의 등 영화인들을 위한 장소로 제공 중입니다.

 

수익구조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요?

 사실 수익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지방자치단체인 대전시와 영화진흥위원회 두 곳에서 매년 진행하는 지원 사업에 신청해 지원금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죠. 게다가, 다른 전문 기관이나 기업에 위탁하여 운영되는 시설이 아니라 지원 사업으로 시작된 것이다 보니 매년 예산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고 그에 따라 운영 상황도 불안정한 상태긴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예술영화전용관 중에 자체 수익 구조로 버텨낼 수 있는 곳은 없어요. 대전보다 시장성이 훨씬 좋은 서울에 위치한 독립영화관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할 정도니까요. 그러면 독립영화상영관은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 도서관을 짓거나 시립미술관을 세우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반문하면 그제야 다시 생각해 보시더라고요. 영화를 비상업적 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문화 예술 분야로 생각을 잘 안 하고, 너무 상업 주류 영화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나라에 박물관 수가 영화관 수보다 많은 것 알고 계세요? 방문객들이 많지 않더라도 박물관을 곳곳에 짓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면에 비하면 문화예술영역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계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게 현실이죠.

 

독립영화는 많은 신인 감독들이 발굴되는 출발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독립영화라는 영역이 워낙 한정적이어서, 보통 영화 촬영 현장의 스태프에서 시작해서 경험을 쌓고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에는 영화라는 문화예술이 점차 다각화되고 단편영화 제작 수도 많아지다 보니 영화 아카데미를 거쳐 단편영화에서 시작해 상업영화까지 나아가는 루트를 따라 신인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대표적으로 봉준호 감독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실제로 그 세대를 통해 탄생한 분들이 지금의 한국 영화 주축을 이루고 있고요. 독립영화가 영화예술의 근간으로서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죠. 

 

독립영화관 설립 외에도 대전독립영화제를 23회째 개최하셨는데,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시작은 대전청소년영화제였습니다. 9회를 맞았을 때 청소년 그 이후의 활동을 이어가는 세대들이 생겨나면서 영화제에서 다룰 작품의 대상을 넓힐 필요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청소년 부문은 따로 마련하고 대전독립영화제로 명칭과 시상 범위를 확장한 것입니다. 올해도 24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매년 9월 한 달 정도를 공모 기간으로 잡고 조금씩 준비 중입니다. 사실 독립영화의 문제 가장 밑바닥에는 로컬 시네마, 즉 지방의 독립영화가 소외된다는 현실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 대전독립영화협회는 대전 지역의 독립영화가 대전 내 영화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대전이 서울이랑 비교적 가까운 위치이다 보니 대전에서 활동하던 인재들이 많이 서울로 이동하고 그 이후에는 단절되어 버리더라고요. 이런 단절을 막고, 서울에서 활동하더라도 계속 연결성을 이어가며 종종 대전에 와서 작품도 만들고 도움도 받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품작 조건을 조금 느슨하게 잡는 편입니다. 꼭 대전에서 활동한 감독이거나 대전에서 촬영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연고성이 있으면 출품을 할 수 있도록 열어 두고 있어요.

 

총괄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뿌듯하셨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이 영화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가장 뿌듯하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지자체 문 두드리고 제안하기 시작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가능할까 싶었거든요. 이래저래 어려움은 많지만 지금까지는 잘 이어오고 있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지역 영화에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죠. 

 

스크리너*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을 공식적으로 개봉·방영·배포하기 이전에 비평가나  산업 관계자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
 
GV(Guest Visit)**
영화 상영 후 감독, 배우, 스태프 혹은 영화평론가가 해당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해설을 들려주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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