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3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3실’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전공필수과목인 ‘EE305 전자설계 및 실험’을 부르는 말이다. 300 번대 실험이라 ‘3실’이라 부른다. 학교의 거의 1/4을 차지하는 전자과 학우들이 모두 이 과목을 들어야 한다.

 필자 또한 전자과 학생으로서 현재 ‘3실’을 수강하고 있다. 3월에 친구들과 시간표 이야기를 하면서 ‘3실’을 듣는다고 말하자, 다들 본인에게 “너 ’3실? 어떡해...” 라고 말하며 걱정했을 정도로 ‘3실’은 매우 친숙하면서, 매우 악명높은 단어이다.

 

 수강 신청 시간상에는 금요일의 1시간 반 수업이 전부이지만, 실제 ‘3실’은 시간표에 기재되지 않은 6시간의 실험 시간이 동반된다. 필자는 금요일 9시부터 시작하는 lab session을 선택했기 때문에 9시부터 3시까지 실험, 4시부터 5시 반까지의 수업으로 금요일을 ‘3실‘로 가득 채웠다. 실험이 늦게 끝나는 경우에는 다른 날에 extra lab session이 잡혔는데, 악명높은 계산기 실험에서는 실험만 20시간을 하기도 하였다. 실험뿐만 아니라 prelab, post lab의 보고서를 일주일에 하나씩 생산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보고서를 쓰다 새벽에 동아리방 소파에서 자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험 기간이 도래하자 조금이나마 한가해졌다. 그제야 그간의 나를 되돌아보는 KPT 회고를 시도해보았다. KPT 회고란 Keep, Problem, Try의 약자로 내용을 3개의 관점으로 분류하여 회고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먼저 Keep, 유지해야 할 점은 지금과 같이 열심히 실험하고,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쓰는 점이다. 사실 실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작은 디테일마저 고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또한 실제 실험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찰하는 과정은 그간 앉아서 종이만 들여다보던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이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려면 실험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발생한 문제, Problem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삶의 질을 크게 저하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실험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또한 과제를 남겨놓지 못하는 성격인 필자는 보고서를 일찍 시작했고, 불안감에 제출 시각까지 보고서를 수정 또 수정했다. 보고서 작성을 일찍 시작했기에 집중도가 낮았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Try로는 실험 전 실험에 대한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기로 했다. 미리 postlab을 작성해 실험에 가서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진행했다. 또한 필자의 삶을 루틴화 시키기로 결심했다. 그전까지는 계속 이벤트가 생겨났기 때문에 생활계획표를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회고를 통해 루틴대로 시간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캘린더를 정비했으며, ‘나를 위한 시간’을 정해놓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을 신조로 복싱도 시작했다.

 

 이제 시험 기간은 끝났고, 3실은 다시 시작한다. KPT 회고가 가져다 줄 ‘3라벨’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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