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곤 한다. 하지만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5월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매년 8월에 시작하는 해외 축구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기가 5월이다. UEFA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이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는 경기들이 대기 중이다. 평소에는 바빠서 경기를 챙겨보지 못한 팬들도 5월이 새벽까지 잠을 미루며 경기를 관람하곤 한다. 사실 TV에 중계되는 축구 경기는 나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한낱 공놀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경기를 관람하며 결과에 울고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거슬러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리버풀 FC’이라는 영국 축구팀의 팬이다. 당시 리버풀 FC는 유럽에서 어떤 팀이 제일 축구를 잘하는지 가르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 중이었다.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던 리버풀 FC는 4강에 진출하여 FC 바르셀로나라는 축구팀을 상대하게 되었다. 흔히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리오넬 메시 선수가 있었던 바로 그 팀이다.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되는데, 결승전을 제외한 토너먼트 경기는 1차전과 2차전 경기 결과를 합산하여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당시 리버풀 FC는 강한 패기를 가지고 있던 팀이었으나, 상대 팀의 ‘축구의 신’인 리오넬 메시 선수의 맹활약으로 인해 1차전에서 3-0으로 패하고 말았다. 리버풀 FC의 경기 내용이 그렇게 나빴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과 팬의 힘이 더욱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주일 뒤 2차전이 열리게 되었다. 사실 나를 비롯한 많은 리버풀 FC 팬들은 2차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수십 년이 넘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4강에서의 3-0 패배를 2차전에서 뒤집은 사례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리버풀 FC의 4-0 역전. 총합 4-3으로 결승전 진출팀이 리버풀 FC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경기에서 리버풀 FC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한 모습과 치명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승리를 쟁취해냈다. 누군가에게는 기적의 경기, 다른 누군가에는 비극의 경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많은 축구 팬들은 FC 바르셀로나가 1차전의 압도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나를 비롯한 많은 리버풀 FC의 팬들도 해외 축구 팬들이 흔히 말하는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객관적인 전력도 리오넬 메시로 대표되는 FC 바르셀로나보다 열세였다. 하지만 단순히 축구 전술로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했다. 나는 이것이 많은 사람이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축구 경기에서는 단순히 선수들의 역량 차이로 설명하기 힘든 기적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팬들은 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더 멋진 일을 해내기 위한 원동력을 얻는다. 실제로 이 경기는 영상화되어 유튜브 등지에 많은 요약 영상들이 게재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이 이 경기를 보고 삶의 동기부여를 얻고 간다는 댓글을 단다. 축구는 단순히 ‘한낱 공놀이’에 불과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멋진 일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리버풀 FC’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다. 레알 마드리드도 3년 전의 리버풀 FC 못지않은 기적적인 행보로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필자는 여전히 리버풀 FC를 응원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도 올해의 기적적인 행보에 걸맞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결승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