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캠퍼스가 오랜만에 활기에 넘쳤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여 만에 학생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딸기 파티를 즐겼고 캠퍼스를 찾은 시민들은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도 접수되었다. 소음으로 인해 면학 분위기가 저해되고 통행 상 불편이 야기되며 상춘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사실 외부인 출입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위한 공간인 만큼 면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외부인의 출입이 학내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나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을 방해한다는 문제 제기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만이 캠퍼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식의 논조는 경계해야 한다.

 캠퍼스 개방에 대한 입장은 대학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방문자 예약 시스템을 통해 외부인 입장을 일부 통제하며 대학 내 건물 투어를 진행한다. 미국 하버드대학은 도서관 등 주요시설이 자리한 야드(Yard)를 언제나 개방하고 있고, 코넬대학은 교정은 물론  시설 일부를 외부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전국적으로 캠퍼스 ‘담장 허물기’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대학 캠퍼스를 개방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학교의 이미지를 제고하며, 나아가 대학과 지역 사회의 소통과 연계를 높이기 위함이다. 

 카이스트는 대전의 다른 대학들에 비해 지역 사회와의 교류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이는 대덕 특구에 자리 잡은 수많은 연구소와 기업들이 대전이라는 지역 사회와 동떨어져 마치 섬처럼 존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덕 단지의 여러 연구소 시설은 잘 설계된 건축물과 조경을 자랑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애플사에서 공원처럼 조성한 자사의 캠퍼스를 일정 부분 관광객에게 열어 둔 것과 대조적이다. 폐쇄적인 커뮤니티(gated community)의 구축이라는 손쉬운 접근 대신, 정교한 시스템과 관리를 통해 시설물을 공공에게 개방한 것이다. 

 캠퍼스 개방은 우리 학교와 지역 사회의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캠퍼스를 찾은 시민들은 만개한 벚꽃을 감상하고 오리 연못을 거닐면서 카이스트가 지역 사회에 자리함에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것이다. 지역 사회에 탄탄하게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카이스트의 슬로건도 허망한 목표일뿐이다. 구성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지역 사회와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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