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졌다. 지난겨울 남부 지방 양봉 농가에서 월동 중이던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된 것을 시작으로 꿀벌 실종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였다. 지난 3월 2일 한국양봉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227만여 군의 벌통 중 39만여 군이 꿀벌 실종 피해를 겪었다. (군: 하나의 벌통에 들어있는 벌의 단위) 약 17%의 벌통이 사라진 것으로, 꿀벌의 수로 따지면 약 60억 마리가 실종된 것이다. 

 지난 3월 14일 농촌진흥청의 꿀벌 피해 민관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의 꿀벌 집단 실종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병해충 피해, 기후 위기, 과도한 살충제 사용 등이 꿀벌 실종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피해 농가 대부분에서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인 꿀벌응애가 발견됐다. 꿀벌응애에게 피해를 당한 꿀벌은 체중과 수명이 줄어들게 되고 이 현상이 꿀벌 집단에 퍼지게 되면 그 집단은 붕괴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매해 발생한 꿀벌응애 피해이지만, 다른 요인과 맞물리면서 예년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꿀벌응애 방제를 위해 몇몇 농가에서 지나친 양의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월동 전의 꿀벌 발육에 악영향을 끼쳐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도 꿀벌 실종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꿀벌은 바깥이 따뜻하면 본능적으로 벌통 밖을 나와 일하려 하지만, 기온에 민감하여 조금이라도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지난 가을부터 이상 고온과 한파가 반복되었고, 꿀벌들은 따뜻한 날씨로 인해 밖을 나갔다가 급격히 변한 기온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해 결국 많은 꿀벌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외에도 검은말벌 등의 포식자 번성, 이동 양봉(꿀을 만들거나 수분을 돕기 위해 벌집을 여러 곳으로 옮기는 양봉 방식), 전염병 등의 요인도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꿀벌 실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반복되는 꿀벌의 실종은 양봉 농가의 피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먹는 작물의 상당수가 꿀벌 등의 곤충과 새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에서 식량으로 쓰이는 작물 중 약 75%가 꿀벌 등의 꽃가루 매개 생물에 의존한다고 보고하였다. 꿀벌 실종이 계속된다면 인류에게 식량 위협은 현실화될 수 있기에, 사라지는 꿀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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