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독서문화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 9월부터 북클럽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북클럽 지원 사업은 교수, 학생, 직원 등 교내 구성원 3인 이상이 모임을 구성하면 모임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본지는 교내 독서문화 활성화의 일환으로 제1회 독서왕으로 선발된 우수 북클럽과의 인터뷰를 502호부터 소개한다. 이번 호(503호)에서는 카이스트 클리닉 구성원 3명이 모여 만든 북클럽 <210+>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클럽 소개 부탁드립니다.

북클럽  제공
북클럽 <210+> 제공

 안녕하세요! 저희 북클럽 <210+>는 85년생 동갑내기지만 서로 다른 환경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결혼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자녀가 2명, 1명, 0명씩 있는 친구들입니다. 또한, 저희는 간호사 A, 안경사 B, 임상병리사 C로 카이스트 클리닉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카이스트 클리닉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북클럽은 육아와 업무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나마 독서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느리지만 꾸준히 자아를 찾아가는 모임이 되고자 합니다. 그룹명의 끝부분 ‘+(플러스)’는 언젠가 더 태어날 자녀들과 멤버들의 자아 성취 향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북클럽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약 한 달간 각자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 후 모여 서로가 느꼈던 감상과 작가가 드러내고자 했던 의도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거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메신저를 통해 책을 읽으면서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했던 문장과 문구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함께 공유합니다. 동료이기 전에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구성원들의 취향과 사물에 대한 다양한 관점, 가치관을 좀 더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과 힘든 육아 시간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이 때로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홀로 책을 읽으면서 리뷰나 짧은 독후감을 통해 감상평을 꾸준히 남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다 보면 좀 더 유익하고 풍성한 독서가 될 거라고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책을 소개해주세요.

A: 북클럽을 하면서 기억에 남은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오만과 편견>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소재로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다루고 있는데, 편하게 술술 읽혀 내려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등장인물의 성격과 생각을 엿보면서 제 생각과 고정관념은 어떤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고, 다짐도 하게 되었어요. 우리 안에 쉽게 판단을 내리고 편견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고, 편견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주제도 던져주어서 가볍게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B: 저희 북클럽의 시작을 <오만과 편견> 책으로 함께 했어요. 그래서 첫 설렘과 기대감으로 몰입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던 것 같아 저에게도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전에는 비문학을 종종 읽는 편이었는데요. 고전이라고 하면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번 북클럽 덕분에 동료의 응원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고, 책이 술술 읽히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작가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영상과 책도 함께 찾아 읽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책은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를 시작으로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남녀를 지배하는 심리와 시대적 사회 모습을 그렸어요. 오만과 편견을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로 풍자했지만 진정한 자긍심이 되는 순간 글은 마무리됩니다. 사실 작가는 평생 독신이었다는 것. 그래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당찬 여성의 모습과 사랑을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이루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로 먼저 접했거나 한 번쯤 읽어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대로 읽지 못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고전이라 하면 두꺼운 책 두께와 익숙하지 않은 문장체로 읽기 어렵지만, 로맨스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해드려요. 그럼 고전의 편견을 깨고 다른 고전을 찾는 꼬리물기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C: 저는 오은영 박사의 <화해>를 추천하고 싶어요!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한 사이. 그래서 더 믿는 사이. <화해>는 읽으면서 왜인지 ‘엄마’가 아니라 ‘한 여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를 자꾸만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보호받았던 존재에서 벗어나 제가 보호해야 하는 관계가 된 엄마와 저와의 사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더라고요. 이 책은 제가 읽은 후 엄마에게 선물로 드렸어요. 좋은 책들이 돌고 돌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다양한 관계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매개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매일 운전하며 출퇴근하고 정해진 업무와 반복된 육아를 하며 똑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두 번째로 선정한 책이었던 <화해>를 읽고 난 출근길의 어느 날, “지금, 이 순간도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 내 말해보았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FM 클래식을 들으며 운전하는 그 시간이 그저 의미 없이 도로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생각에 어느덧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화해>는 내면의 저를 만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육아하며 되풀이되는 ‘분노’와 일상생활 속의 ‘무기력’, 내면의 틀을 가둔 ‘무게’ 등 이 모든 것이 제가 현재가 아닌 과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일이 그렇게 화낼 일이었는지, 힘들었는지, 혼자 끙끙거릴 가치가 있었는지…….’ 이제는 ‘오늘도 수고했어. 무조건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제가 저를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처음에는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점점 회차를 거듭해가면서 저마다의 생각을 좀 더 편안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달이라는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계속 책을 가까이 두고 읽는다는 것과 성실하게 한 권씩 완독해 나간다는 성취감이 북클럽 활동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어느덧 4회차 북클럽 활동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100회차가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클럽 활동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AIST 독서문화위원회의 ‘책 읽는 캠퍼스’ 조성을 위한 북클럽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클럽이고 책 읽는 속도도 빠르지 않지만, ‘제1회 독서왕’으로 수상하고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 더욱 벅차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고를 때마다 설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 기회들이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교내에 계신 구성원들께도 참여를 독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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