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가 지난해 동일 분기에 비해 23.1% 증가한 1만 6,757대가 판매됐다. 특히 1억 5,000만 원 이상 수입 차량은 5,599대가 팔리며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협회는 수입차 판매량을 가격대별로 따로 집계하는데, 전체적인 수입차 판매량은 7만 1,908대에서 6만 1,732대로 부진한 성적을 보여준 가운데 1억~1억 5,000만 원 사이 가격대와 1억 5,000만 원 초과 가격대 2개 범위 판매량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동향에 대해 일부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법인 차량 번호판 색상 변경 공약에 대한 반응으로 법인용 수입차를 공약 실행 이전에 미리 사기 위하여 판매량이 몰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인 차량은 법인세법에 따라 관련 경비를 회사지출로 처리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무용 차량이다. 법인 차량의 유류비 등 운행 비용과 구매 비용은 모두 경비로 인정되기 때문에 소득에서 제외되어 소득세와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고가의 차량을 법인 차량으로 등록해 관련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태가 지속되어왔다.

 지난 3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억 원이 넘는 가격대의 수입차는 총 6만 5,168대 팔렸는데, 이 중 법인 차량으로 등록된 차량이 4만 2,616대로 65.4%에 달했다. 그러나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슈퍼카는 사치품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주 사용처를 회사 업무 용도로 판단하기 어렵다. 구입 비용에 적용되는 세금 혜택만 감안했을 때 지난해 팔린 수입 차량의 법인 차량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연 약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비를 포함한 기타 운행 비용에 들어가는 세금 혜택을 고려한다면 세수 효과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2020년부터 법인 차량의 사적 유용을 제한할 방법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었다. 특히 2020년 을왕리에서 음주운전으로 50대 자영업자를 치어 숨지게 한 벤츠 차량이나 대마를 흡입한 뒤 환각 상태로 해운대 일대에서 질주를 한 포르쉐 차량 등 법인 명의로 구입된 차량들이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지난 2020년, 법인 차량을 일반 차량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대안이 제시되었다. 현행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법인 차량은 일반 비사업용 승용차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등록번호와 번호판을 부여받는다. 국내 차량 번호판은 일반(흰색), 영업용(노란색, 주황색), 친환경 자동차(파란색), 외교(군청색) 등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일반 차량으로 흰색 번호판을 부여받는 법인 차량의 번호판을 다른 색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행정적으로 법인 차량의 사적 유용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동시에 사용자가 사적 유용에 대해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을 느끼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월 10일 유튜브를 통해 법인 차량 번호판 색상 변경 공약을 언급하였다. 이후 공약 실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며 현재는 법인 차량의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고 법인 표기를 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정책이 구체화하고 있다. 일부는 공약이 연내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중인데, 국토교통부가 정책을 검토하고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서에도 향후 추진 절차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고시를 개정하는 것만으로 실현이 비교적 간단히 가능한데다 공약에 대한 국민 호응도 좋은 편이기에 임기 초에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시 개정은 통상 연구용역, 규제심사, 행정예고의 절차를 포함해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소요된다. 하지만 별도의 입법 없이 행정부 소관만으로 추진이 가능하고 필요시 행정예고와 연구용역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공약의 실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법인 차량의 번호판을 달리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법인 차량의 사적 유용과 이에서 파생되는 세금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 공약에 대한 반응으로 실현되기 전에 미리 수입차를 법인 차량으로 구매하자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이미 등록된 법인 차량의 번호판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 또한 있다. 2016년 정부는 법인 차량의 세금 혜택을 낮추기 위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법을 시행했으나, 허위 운행일지를 작성하는 꼼수가 등장하고 처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알려지며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바 있다. 전례를 고려하였을 때,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법인 차량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개정하고 사적 유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거나 기본적인 세제 혜택을 줄이자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또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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