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헤이더 - 『코다』

(주)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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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a(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청인 아이를 뜻한다.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본인을 제외한 부모, 오빠 등 모든 가족 구성원이 농인인 OHCODA(Only Hearing CODA)다. 루비의 하루는 이른 새벽, 알림을 듣고 가족들을 깨워 고기잡이배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어른들 사이에서 통역을 도맡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왔다.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닫고 가족을 떠나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갖지만, 엄마는 음악을 하는 것이 청각장애인을 가진 부모에 대한 반항이 아니냐며 가족 곁에 남아 통역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코다>의 농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실제 농인 배우이다. 엄마 재키 역의 말리 매틀린, 오빠 레오 역의 대니얼 듀랜트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까지 실제 청각장애를 가지고 수어를 사용하는 배우들이 영화의 주역이 된 것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 방식 역시 청인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대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어는 표정과 손으로 말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중간에 추가하거나 자르면 말이 끊기게 된다. 이에 션 헤이더 감독은 감정적인 순간에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싶어도, 프레임 안에 배우의 손을 두어야 하므로 기존과 다른 편집 스타일과 리듬을 창조해내야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코다>는 청인의 시선에서 청각장애인을 대상화하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기 좋게 피해 농인의 세계와 청인의 세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루비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션 헤이더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많은 코다들이 농인 커뮤니티 안에서 성장해 문화적으로는 자신을 농인처럼 느끼지만, 궁극적으로는 농인과 청인 양쪽 세계에 모두 속해 있으며, 때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두 개의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코다>는 들을 수 있는 동생에게 남몰래 미안함과 열등감 그리고 소외감을 느껴왔을 오빠의 심리와 부모의 성장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다루며 농인 가족이 살아온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한편, 루비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음악 선생님과 함께 연습하며 버클리 음대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가족을 합창 공연에 초대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족들은 다른 관객처럼 루비의 공연에서 재미도 감동도 느낄 수 없지만, 루비의 목소리가 이끌어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루비를 믿어주기로 결심한다. 루비와 엄마가 화해하며 고요로 가득 찬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소통은 말이 아닌 눈빛과 마음으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2년 전 아카데미 수상소감으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하며 화제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언어의 장벽은 비영어권 영화를 배제해온 영어권 국가의 관객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코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든 영화인에게 소리 없이 반짝이는 박수를 받으며 농인과 청인의 세계가 하나로 섞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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