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리치 - 『사이언스 픽션』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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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는 사실을 지지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수백 년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네이처 지의 검증성을 신용하고, 이런 학술지에 논문을 수록한 연구자의 전문성을 신뢰하며, 이 논문에 대한 동료 평가와 검증을 담당하는 학계의 존재를 지지한다. 때로는 과학이 과학 그 자체로서 권위를 갖기도 한다. 그렇게 단단한 신뢰 위에 학문의 주춧돌은 쌓여갔다.

 그러나 <사이언스 픽션>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리치는 본인의 책을 통해서 이처럼 말했다. “... 어떤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신뢰할 수 없고 믿기 어려우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재현 불가능한 연구들로 과학 문헌이 가득 차게 됐다.”
그의 말속에는 뼈가 있었다. 지난 수년간, 과학계를 괴롭혔던 여러 연구 부정행위 사례들이 대표적인 근거였다. 배아줄기세포 조작의 황우석, 탄소 기반 트랜지스터 조작의 얀 헨드릭 숀, 인공 기관지 이식 수술로 환자를 죽인 마키아리니까지. 세상을 뒤흔들었던 여러 조작자와 이들의 논문을 게재하고 심지어 옹호하기도 했던 유수 학술지의 모습은 논문에 관한 굳은 신뢰에 작은 흔들림을 준다.

 저자는 단지 이런 소수 비양심적인 과학자들의 부정에 주목하고 비판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출판 논문이 반복 재현할 수 없다는 보고들, 게시 철회된 논문이 철회 이후에도 재인용되며 사실로 굳어가는 현상들, 경제적 이익, 정치 등에 따라 발생하는 의도 편향과 이해충돌. 대의라는 명목 아래 너무나 자연스레 일어났던 무수한 조작들과 컴퓨터 앞에서 타자에 따라 만들어졌던 소설이 어떻게 학계를 잠식하고 과학이 되었는지 주목한 것이야말로 이 책의 진면모이다.

 저자가 토해내는 비판과 사실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한 질문에 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학술지의 검증성을, 연구자의 전문성을, 과학의 본질적 권위를 믿을 수 있는 것인가. 독자가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채 회의에 사로잡혔을 책의 끝 무렵, 저자는 조심스레 개선점을 제시한다. 오픈 사이언스 운동이 그 대표에 있다. 연구의 모든 데이터, 프로그램 코드, 정보를 온라인에 완전히 공개하여 연구 재현의 편이성을 도모하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엔 과학계 스스로에 달렸다.

 권위는 사실을 지지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권위는 소설이 과학이 될 때, 처참히 흔들린다. 그 흔들림 위에 쌓인 학문의 주춧돌을 우리는 신뢰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크고 작은 문제를 계속해서 낳고 있다. 연구비가 부정하게 사용되고 게재 철회된 논문이 인용되며, 거짓연구에 속은 학자들이 늘어나며 거짓은 진실이 되고 있다. 소설이 과학이 되는 과학계의 이면을, 그 추악한 균열을 막기 위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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