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작가 인터뷰

©이윤지 기자
©이윤지 기자

 지난달 26일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저자 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작가가 학술문화관(E9) 2층에 위치한 양승택 오디토리움에서 100여 명의 학생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2022 봄학기 독서 축제 중 하나인 <도서관에서 작가를 만나 봄> 행사로 30분의 강연과 50분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작년부터 도서관에 김초엽 작가, 정유정 작가 등 여러 작가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지만, 대면 북토크가 실시된 것은 코로나 상황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현장 참가자들과 온라인 참가자들을 함께 받아 보다 풍성한 북토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박사과정을 밟았던 세 저자가 박사과정생, 박사과정 후 졸업생, 교수의 입장에서 대학원생에게 전하고픈 경험과 노하우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과 잘 맞는 교수님을 고르는 법, 영어 논문 읽는 법, 박사과정의 시간 관리법, 교수님과 잘 소통하는 법 등 예비 대학원생들에게는 유익한 조언을, 현 대학원생들에겐 공감을 끌어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을 쓴 세 저자들과 출판과 얽힌 에피소드, 작가들의 대학원생 생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왼쪽부터 최윤섭, 엄태웅, 권창현 작가 (©김서경 기자)
왼쪽부터 최윤섭, 엄태웅, 권창현 작가 (©김서경 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창현(이하 권): 안녕하세요, 권창현입니다. 미국에 있는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에 산업공학과 교수로 있고, 현재는 KAIST에서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초빙 교수로 와있습니다. 학사 때는 KAIS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최윤섭(이하 최): 저는 최윤섭입니다. 이 책에서 졸업한 박사의 역할을 맡아 책을 썼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와 생명공학과를 복수전공 했고, 같은 학교 시스템 생명공학부에서 박사를 했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나 대기업 등을 거치며 연구하다 현재는 VC로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엄태웅(이하 엄): 저는 엄태웅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박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ART Lab (AI & Robotics Tech Lab) 이라는 뷰티 산업에 AI를 도입한 스타트업의 대표를 3년째 맡고 있습니다. 전에는 AI 로보틱스 연구자였고, 이제는 AI를 뷰티 산업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세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최: 책을 쓰기 위해서 만났죠. 제가 박사 졸업하고 연구실 떠나면서, 이제 남겨질 후배들을 위해서 <대학원생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 노하우>라는 슬라이드를 만들어 제가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슬라이드쉐어라는 사이트에 이 슬라이드를 올렸었는데요. 사실 저는 그렇게나 많이 공유될 줄은 몰랐는데,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70~80만 회가 조회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내용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 두 분도 이때 알게 되었어요.

권: 최윤섭 박사님이 슬라이드를 올리시고 난 다음인 2011년쯤 저도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썼던 <박사 과정이 주의해야 할 것들>이란 블로그 글을 최윤섭 박사님이 슬라이드 두 번째 판에서 인용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인용하실 때 제 소속 기관을 잘못 쓰셔서 정정해 드리려고 연락을 드리며 SNS로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엄: 저는 그때 당시에 대학원생이었는데요. 제 이런저런 고민을 적다가 두 분의 글과 슬라이드를 소개했었어요. 제 글도 화제가 되면서 연이 맺어졌습니다. 반응이 좋다 보니 글을 써보려 모였는데 처음부터 책을 펴낼 생각은 아니었고요. 블로그에 돌아가며 한 편씩 연재하다 보니 여러 편 쌓이며 책으로까지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Q. 책을 쓰실 때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최: 재미있는 게 책을 출판하기까지 얼굴을 마주하고 본 건 한 번도 없어요. 다 같이 본 건 책이 나온 이후예요. 되게 신기했죠. 보통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 도중에 끊기거나 흐지부지되기도 하는데 잘 이어온 것 같아요. 글이 잘 안 써질 때 일정이 밀리고 시간이 늘어질 때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점 외에는 특별히 부담을 가지기보단 취미의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여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Q. 세 분이 3년간 만나시지도 않고 책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최: 대학원에 진입하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는 너무 대책 없이 대학원에 갔었고, 또 모두가 그렇지만 저도 고생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때 누군가 제게 조언해주거나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면 그렇게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런 고통을 후배분들은 더 적게 느끼셨으면 했어요.

권: 책을 바로 낸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연재 후에 책을 펴내다 보니 쓰는 중에도 달리는 댓글들을 볼 수 있는데 댓글들을 보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그분들이 위로받았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면 저희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엄: 그리고 세 명이 같이 쓰다 보니 폭탄 돌리기처럼 글을 쓰는 것이 곧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Q. 작가님들이 대학원을 다니실 때는 책에 나와 있던 정보들을 어떻게 얻으셨나요?

최: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거의 정보를 얻었죠. 강연할 때도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원래 구전으로 이어지던 내용이다. 선배들에게 물어봐라,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대학원에 오래 계신 분들은 다 체득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 것 같아요.

 

Q. 세 작가님께 박사 학위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권: 맺음을 지었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박사학위 때문에 지금의 직장도 가지고, 가정도 꾸리고, 제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게 해주니까, 내부적인 만족을 갖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엄: 저는 최근에 박사를 그만뒀거든요. 그런데 박사를 그만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끝맺음을 맺고 싶다, 이거였어요. 내가 이걸 시작했는데 끝맺지 않으면 앞으로도 무언가를 확실히 끝맺지 못하는 상황들이 반복될 것 같은 거예요. 이 이유가 가장 컸는데, 한편으로는 박사를 끝내야 할 이유가 이것밖에 없었어요. 박사 과정을 시작한 것은 후회가 없어요. 그건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것을 했어도 후회는 안 했을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무언가를 배웠을 겁니다.

최: 제가 불릴 수 있는 호칭에는 교수, 대표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최 박사라고 불릴 때를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호칭들은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얻어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박사라는 호칭은 제가 정말 죽도록 노력해서 얻은 것이고, 동료 연구자들이 인정해주어 제가 얻은 거잖아요. 사실 박사 과정 연구가 지금 다 기억나느냐고 물어보면 안나요. 지금 하는 일들과도 거리가 멀지만, 당시의 고된 훈련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인생에 큰 도움이 됐죠.

 

Q. 엄태웅 작가님, 박사과정을 그만둘 때의 심정은 어떠셨는지,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엄 : 제가 그만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거든요. 제게는 스타트업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 외 중요하지 않은 것을 없앰으로써 저만의 중요성을 선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을 때 대학원만이 제가 먼저 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박사를 그만두기로 선택했죠.

저와 비슷한 선택을 하실 때 다들 의심하잖아요. 내가 도피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검열이 가장 심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카이스트에 계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충분히 고뇌하셨을 테니까 결단을 내리셨다면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을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본인에게 가장 큰 문턱을 넘었다고 생각하면서 용기 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엄태웅 작가님과 최윤섭 작가님께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계시는데, 대학원에서의 경험이 VC나 스타트업을 이끌어 가시는데, 혹은 시작하시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엄: 창업하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자신의 동기부여를 통해 전략을 생각해나가야 하는데, 이 점은 대학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아무도 요구하지 않잖아요.

최: 스타트업도 그렇고, 스타트업과 같이 투자하고 같이 일하는 과정들이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거든요. 제가 대학원에서 배웠던 문제 해결 능력, 여러 사람과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경험들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스타트업이 최종 목표인데 그 목표로 가는 중간 단계로 대학원에 가는 건 이상한 것 같아요. 대학원은 대학원 그 자체로서 목표가 돼야 합니다. 대학원을 거치면 스타트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거기 들어가는 기회비용만 보더라도 스타트업만을 위해 진학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Q. 카이스트의 예비 대학원생들과 현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엄: 제가 카이스트 졸업한 친구들 상담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느낀 점은 그 친구들은 한 번도 선택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대학원까지 달려오면서 어떻게 잘할지만 고민하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는 고민을 잘 안 하다 보니 대학원에 간 뒤부터 당황하기 시작하는 거죠. 이제부터라도 '나는 인생에서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자기 인생을 사시고, 본인이 원하는 걸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세요.

권: 대학원 생활은 사회에 나갔을 때 겪는 부담감에 비하면 훨씬 적은 부담감으로, 보호받는 환경에서 한 곳에 몰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푹 빠지셨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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