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현 편집장
배가현 편집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후회가 되었던 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도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작은 동네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받은 불필요한 관심들이 나를 순전히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모범생으로 만들었던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하면 잘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무엇이든 하기가 두려웠던 나는 작은 틀에 가둬질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오며 가장 크게 결심했던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남들의 시선을 상관 않고 해 보고 싶었다. 대학 생활은 완전한 독립 전 주어지는 마지막 유예니까!

 그런데 쉽지 않은 것 같다. 대학 생활을 나름 의도 대로 보내고 있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다. 재밌을 거라 생각했는데, 즐겁지 않고. 나라면 잘 해낼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어긋나버린다. 내 마음은 여러 가지 갈등으로 뒤섞여 있다. <레이디버드>의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면?” 하는 걱정과,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의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라는 욕망이 늘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에 따라 그날 밤 잠이 드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하는 일이 적으면, 시간은 없고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하는 일이 많으면, 어느 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한탄을 한다.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냐고 할지라도, 내 시선의 높이에서는 모두의 입장이 타당해 보여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일단 덮어 두는 긍정이다. <분홍신>의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라는 가사처럼 그냥 눈을 감아버리자는 거다. 눈을 떠도 짧은 가시거리 안에 내가 볼 수 있는 건 얼마나 적은가, 그러니까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걷겠다는 시인과 포기인데. 덮어 놓고 행복하겠다는 뻔뻔한 선언이기도 하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착실함의 관성과, 내가 발을 헛디뎠을 때 바로 세워줄 사람들의 존재다.

 어쩌면 비슷한 고민 속에서 밝은 듯 어두운 학우분들께, 마찬가지로 위태위태한 내가 작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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