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에 드라마로 방영되며 화제를 몰고 있는 이민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친코』에는 먼 타지로 떠나는 딸을 위해 귀한 쌀을 구해 정성껏 밥을 짓는 어머니의 일화가 등장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공기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영양 공급원을 넘어 일평생 고향을 등지고 살게 될 딸의 영혼의 허기까지 채워줄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로 그려진다. 한국인에게 밥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카이스트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양질의 식사를 안정적으로 제공받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 정성을 담은 한 끼 식사가 당연한 권리는 아닌 듯하다.   

 본지는 지난 호에서 이광형 총장 취임 1년을 맞아 학교에 원하는 것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1면에 실었다. 설문 결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학생 복지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그 주요 내용으로 학생 식당 개선이 요청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학생 식당의 품질 개선, 식당 직영화, 신규 프랜차이즈 및 식당 유치 등이 제안되었다. 학교 식당의 질과 운영에 관한 불만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식당뿐 아니라 커피나 스낵을 먹으며 친교를 나누고 창의적인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카페나 베이커리 등 기타 부대시설도 학교의 국제적 위상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음식도 수익 상의 문제로 대단히 제한적으로만 제공되고 있어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식당 등의 품질 개선을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입주업체모니터링 위원회를 조직해 연 2회 교내 입주업체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 결과는 재계약 및 신규 입찰에서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는 입점업체 선정과 운영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물론 코로나 19의 여파로 우리 학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식당 경영이 최근 크게 악화된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한 카이스트 구성원의 규모가 이윤을 내기에 충분하지 않아 좋은 업체를 입점시키기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식사는 수익 모델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구성원의 기본 권리이자 공동체 문화의 중핵이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 측에 요구하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영양가 있고 맛있는 식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당을 사업이 아니라 구성원의 복지로 본다면 학교 식당을 직영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음식 전문회사의 대학진출이 시작된 이래, 직영 식당을 대학 캠퍼스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식당 직영이 어렵다면 학교 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외주업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뿐 아니라, 충분한 물적, 제도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모두 학내에서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의 즐거움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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