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독서문화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 9월부터 북클럽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북클럽 지원 사업은 교수, 학생, 직원 등 교내 구성원 3인 이상이 모임을 구성하면 모임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본지는 교내 독서문화 활성화의 일환으로 제1회 독서왕으로 선발된 우수 북클럽과의 인터뷰를 이번 호(502호)부터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우 5명이 모여 결성한 북클럽 <핑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효준: 안녕하세요,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사 1년 차 이효준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책으로 북클럽을 시작했지만, 인간 심리에 관한 책으로 그 범위를 좁혀가면서 대학원 생활의 마음가짐에 큰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삶의 태도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보령: 전산학부 학사 4학년 조보령입니다. 초, 중,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다니면서, 새로운 학교에 다닐 때마다 임하는 삶의 태도가 변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졸업 후 새롭게 바뀔 나의 삶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내게 변하지 않는 중심이 무엇인지 독서 모임을 통해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혜정: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사 1년 차 연혜정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관한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지 못하여 아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북클럽에 참여하게 되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함께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윤식: 기계공학과 학사 4학년 엄윤식입니다. 학부에 들어오면서 과제와 여러 일과에 치이다 보니 독서를 못 하던 중 북클럽 활동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클럽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독서하고 그와 관련된 여러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진우: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2년 차 김진우입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소설, 인문학 등 책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곤 했습니다. 북클럽을 통해 친구들과 다양한 책을 읽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대학원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불안과 고뇌를 다스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핑퐁>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혜정: 북클럽 <핑퐁>은 탁구에서 선수가 공을 주고받듯, 책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을 서로 주고받으며 독서 활동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랠리를, 때로는 스매싱을 하면서 다른 이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며 성장하자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핑퐁>은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를 중심 주제로 독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반영한 책이나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자신의 감상과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합니다. 다른 학과, 다른 삶, 다른 목표를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삶의 태도에 한 뼘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클럽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혜정: 한 사람당 한 권씩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고, 무기명 설문을 통해 책을 선정합니다. 학교로부터 책을 지원받은 후에는 약 2주간 각자 틈틈이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고 감상문만을 공유하면 쉽게 지루해지고, 의욕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독서 모임 날은 ‘맛있는 밥을 먹는 날’로 정하였습니다. 책의 감상을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하고, 그날 저녁에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감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책을 추천해주세요.

효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추천합니다. 책에서는 의사가 본업인 저자가 다양한 인간상과 사례를 들어가며 올바르게 일하는 것과 그것을 어렵게 하는 딜레마를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의사로 재직하다가 의학 사건·사고 전문 변호사로 전직한 사람과 의료보험에 의해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탈피하고자 자신만의 진료비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내 직업 안에서 어떻게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 또한 강한 직업정신에서 비롯한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딜레마에 부딪힐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령: 카를 융의 <인간과 상징>도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이 책은 ‘상징’이 인간의 역사에, 그리고 무의식에 얼마나 반영되어 이어왔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전 이 책에서 무의식의 이성에 관한 내용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사람의 모든 행동이 의식 아래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기에 이 책이 특히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은 융의 생각과 관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시대착오적이라 볼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대답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이성으로 가려버렸을지도 모르는, 날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해요.

진우: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추천합니다. 인생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후회합니다.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겠죠. 이 책은 그런 여러분의 고민을 덜어줄 책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을 보면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 떠오릅니다. 초월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 등 철학자들의 사상과 문장을 인용하여 탄탄한 소설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어낼 수 있는, 편안한 문장으로 쓰인 책입니다.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보령: 북클럽이란 활동 자체가 구성원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홀로 책을 읽을 때와 달리, 북클럽 활동은 책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시작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을 모으면 대략 3~4권의 후보가 나와요. 이렇게 나온 책들은 장르도, 담고 있는 내용도 굉장히 다양해요. 보통 혼자 책을 읽으면,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에 편향되기 쉽고, 그렇지 않은 책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북클럽 활동을 하면 평소에 관심 없던 주제, 그것도 나와 가까운 다른 이가 흥미를 가진 주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강력하죠. 후보 중 한 책을 정해서 읽으면, 가끔은 책을 추천한 친구보다 다른 구성원이 더 열띠게 이야기할 때도 많아요. 이렇게 평소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주제를 의식하고 고민해보게 만드는 게 북클럽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혜정: 앞으로도 월별로 여러 측면에서 인간의 심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을 한 권씩 읽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독서 감상평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또한, 하나의 토론 주제를 선정하여 토의를 진행하고, 더 나아가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페이지 분량의 심리 주제에 대한 논설문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잘못된 10가지 이유> 등 인간 내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책을 다루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클럽 활동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식: 대학 생활을 하면서 책 읽을 기회가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클럽 활동을 통해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며 친구들과 함께 그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 것이 책을 깊게 읽는 계기가 됐습니다. 바쁜 대학 생활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이에 대해 공유해보는 경험은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습니다. 한번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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