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서명은 교수 공동 연구팀 : Circularly Polarized Light Can Override and Amplify Asymmetry in Supramolecular Helices

 우리 학교 화학과 서명은 교수 연구팀이 분자 자기조립 시스템 연구를 통해 빛으로부터 초분자*의 나선 방향이 결정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 학교 화학과 강준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고, 화학과 김우연 교수, 임미희 교수,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협업했다. 

 

생물체가 보이는 단일한 카이랄성 

 카이랄성은 거울상을 보이지만 서로 겹칠 수 없는 분자 구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는 사람의 손이다. 왼손과 오른손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방향을 돌려도 서로 겹치지는 않는다. 자연 발생하는 많은 분자들은 이러한 카이랄성을 지닌다. 대부분의 아미노산은 L형이며 당류는 D형이다. 하지만 생명체가 한쪽방향의 카이랄성을 띠는 분자만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최초의 카이랄성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또 어떻게 증폭하였는가에 대한 물음은 ‘왜 생물체가 특정한 카이랄성을 보이는가’라는 질문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

분자의 카이랄성 증폭 

 아미노산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단백질로 전달되면 한쪽으로 꼬인 나선과 같이 분자를 넘어선 초분자 수준에서 증폭돼 나타난다. 이는 생물체에서 단일 카이랄성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원시에 카이랄성을 증폭시킨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분자에 담긴 카이랄 정보다. 이미 형성된 분자의 회전 방향을 따라, 새로운 분자는 일정한 나선 방향으로 붙어가며 쌓인다. 두 번째는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다. 한 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편광은 특정 카이랄성의 증폭을 돕는다. 거울상 분자는 원편광을 흡수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서는 실제로 이전 연구에서 원편광의 유형에 따라 초분자 나선의 방향이 다르게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원시 지구에서는 이러한 분자와 원편광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서로 경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반영한, 다시 말해 분자의 카이랄 정보와 빛의 카이랄 정보가 동시에 전달될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했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했다.

 

분자와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 전달

 연구팀은 먼저, 빛에 반응해 자기조립되는 초분자를 찾았다. 해당 초분자는 전해지는 카이랄 정보에 따라 나선 방향을 달리하며 분자를 쌓는 성질이 있다. 이후 분자와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전달돼 초분자 나선이 쌓일 때 각각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원편광의 회전 방향과 분자 회전 방향이 일치할 때, 나선의 성장이 우세함을 확인했다. 또한 한 쪽 방향의 카이랄 분자가 과잉된 조건에서 원편광을 쬐어 나선 방향이 어느 쪽을 따라가는지 관찰했다. 분자와 원편광 정보가 일치할 때 초분자 카이랄성이 증폭되었다. 두 가지 정보가 반대일 때 상쇄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 방향의 빛이 충분히 강하면 분자 카이랄 정보를 이겨 분자의 나선 방향을 반전할 수도 있었다. 또한 일정 비율 이상의 분자가 축적되면 빛의 방향과 관계없이 단일한 나선 방향이 유지되었다.

자기조립 초분자에서 카이랄성이 형성되는 메커니즘 | 자기조립 분자를 찾은 뒤, 분자와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전달돼 초분자 나선이 형성될 때 각각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측정했다. (서명은 교수 제공)
자기조립 초분자에서 카이랄성이 형성되는 메커니즘 | 자기조립 분자를 찾은 뒤, 분자와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전달돼 초분자 나선이 형성될 때 각각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측정했다. (서명은 교수 제공)

 연구팀의 연구는 카이랄 광학 소재, 카이랄 비대칭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이랄성은 약물에 있어서 특히 중요하다. 예로 탈리도마이드 화합물이 있다. 해당 화학물질은 거울상 분자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의 연구를 응용해 카이랄 정보를 확실하게 증폭시켜 한쪽 거울상 분자를 순수하게 만들 수 있는 범용적인 방법이 개발된다면, 반대 카이랄성 약물이 만드는 문제를 조기에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우리 학교 학생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과학적 사고’라고 말했다. 연구, 취업 등 다양한 진로로 진출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말 맞는 것인지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서 연구를 업으로 삼는 학생에게 “풀고자 하는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잘 잡아야 하고, 이를 풀어가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초분자(supermolecule)*
공유결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소 결합, 정전기적 상호작용, 반데르발스 인력 등 분자간 결합 또는 인력을 통해 둘 또는 그 이상의 작은 분자들이 모여 생성된 거대한 분자들의 집합.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