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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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우주 인터넷용 위성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를 제공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이 어려워지자, 우크라이나 부총리 미하일로 페도로프가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위성 통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스타링크 사업에 관한 관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스타링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팰컨 호가 어떻게 발사되었고, 스타링크가 어떻게 구축되었으며, 향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까지, 스타링크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스타링크는 약 4만 개의 저궤도 소형위성을 발사해 지구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스타링크 위성의 발사체는 팰컨9로, 팰컨9의 모체는 스타링크 사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사의 초창기 로켓인 팰컨1이다. 팰컨1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면 현재의 팰컨9와 스타링크 서비스도 없었을 것이다.

 

팰컨1을 궤도에 올리기까지

 머스크의 목표는 화성이었다. 그는 화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주로 가는 접근 비용을 낮추고 싶어했다. 그러려면 우선 로켓을 궤도에 올려야 했다. 머스크는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엔지니어들을 모아 로켓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훗날 이 로켓의 이름은 ‘팰컨1’이 된다. 팰컨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의 이름이고, 숫자 1은 로켓에 주 엔진이 하나 있다는 뜻이다.

 팰컨1 제작은 엔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팰컨1에 필요한 엔진은 약 32t의 추력을 내는 가볍고 효율적인 엔진이었다. 이론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추진제인 산화제(액체산소)와 연료(등유)가 각각 탱크에서 분사기를 거쳐 연소실로 들어간다. 분사기는 이들을 잘 섞어주고, 연소실에서는 연료가 점화된다. 연료가 연소하면서 고온의 배기가스를 만들어내면, 엔진 노즐이 발사되는 로켓의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면 뉴턴의 운동 제3 법칙에 의해 로켓이 우주로 발사된다. 하지만 이런 로켓엔진을 실제로 만드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연료의 양이 많으면 엔진의 추력이 커지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연료가 적재되면 로켓이 지상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후에 멀린 엔진이라는 이름이 붙게되는 펠컨1만의 고유한 엔진을 개발해야 했다. 게다가 로켓엔진은 추진제의 압력을 높여 출력을 향상하기 때문에, 추진제를 로켓엔진에 빠르게 공급하는 터보 펌프가 필수적이었다. 엔지니어들은 펌프의 성능을 개선하는 일에 주력했고, 그 결과 멀린 엔진의 터보 펌프는 68kg의 무게로 1만 2,00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다.

 팰컨1은 캘리포니아 모하비에서 멀린 엔진의 터보 펌프를 처음으로 시험했다. 이후 텍사스 맥그레거에서 처음으로 1단 로켓의 추진제를 충전하고, 멀린 엔진을 완성하여 첫 시험 연소를 진행했다. 그 뒤 팰컨1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 연소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와 기계 장치, 액체산소로 인해 두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팰컨1은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당시 공군에서는 반덴버그 시험대 인근의 발사대들을 이용해 아틀라스5와 타이탄4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공군은 팰컨1의 발사가 잘못되었을 때 발생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팰컨1의 비행 허가는 공군의 로켓이 발사되기 전까지 늦춰졌다. 결국 팰컨1의 발사 장소는 콰절레인으로 옮겨 가게 된다.

 콰절레인에서 팰컨1은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린다. 팰컨1은 콰절레인의 섬인 오멜렉에서 발사될 예정이었는데, 오멜렉은 열대 지방의 섬이어서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1단 탱크가 폭발하고, 배전함이 합선을 일으키는 사고까지 잇따랐다. 팰컨1은 악조건 속에서도 2006년 오멜렉에서 1차 발사 준비에 성공했다. 그러나 로켓은 주 엔진 상단 부근 연료 누출로 엔진에 불이 붙어 추락하고 만다. 2차 발사는 약 1년 뒤인 2007년에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배관 연결부를 밀봉하는 역할을 하는 소형 B-너트에서 연료가 누출됐다. 해수의 염분 때문에 너트가 부식된 탓이었다. 3차 발사 역시 약 1년 뒤에 이루어졌다. 팰컨1의 1단 추진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냈고, 1단은 무사히 우주로 진입했다. 하지만 1단과 2단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팰컨1에 사용된 멀린1C 엔진은 노즐 내부의 냉각 유로에 등유가 흐르며 열을 흡수하는 재생 냉각 방식 엔진이다. 단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이 냉각 유로에 남아 있던 일부 연료가 연소실에 남아 있던 산소와 결합해 추력을 만들어냈고, 1단과 2단이 충돌하며 로켓이 추락했다.

 연이은 실패로 팰컨1은 위기에 봉착했다.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파산 직전의 스페이스X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하기로 했다. 엔지니어들은 밤낮없이 로켓 조립에 매달려 마지막 팰컨1을 발사대로 옮겼다. 그러나 로켓 수송 과정에서 기압 차이로 인해 로켓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켓을 다시 운송할 시간은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오멜렉에서 단 1주일 만에 찌그러진 팰컨1을 다시 조립해야 했다. 그들은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로켓 조립에만 몰두했다. 마침내 3차 발사로부터 약 8주 뒤인 2008년 9월 28일,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들은 팰컨1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

 팰컨1에서 시작된 우주산업은 팰컨9와 팰컨헤비, 그리고 다목적 초대형 우주발사체인 스타십까지 뻗어나갔다. 특히 팰컨9는 팰컨1을 9개 묶은 발사체로,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라는 특이점을 갖는다. 팰컨9는 현재 NASA의 상업 물자 운송 프로그램과 상업용 궤도 운송 서비스 프로젝트에서 발사체로 사용되고 있으며, 스타링크의 주요 발사체이기도 하다.

 기존의 위성 통신망은 유선 인터넷이나 모바일 통신망보다 사용에 필요한 장비가 비싸고, 통신 속도가 느리며, 지연되는 시간이 길다. 그러나 유선 인터넷이나 모바일 통신망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터넷 케이블을 모든 땅에 매립하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기지국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기존 방식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위성군이다. 전 세계에 인터넷 케이블을 매립할 수 없으므로 하늘에 위성을 띄우고, 위성의 궤도는 낮추어 기존 위성 통신망의 통신 속도를 개선한 것이다. 이때 위성의 궤도를 낮추면 각 위성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므로, 지구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위성을 발사해 위성 궤도망을 구축했다.

 스타링크의 최종적인 목표는 약 4만 기의 소형 위성을 띄워 사각지대가 없는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현하는 것이다. 각각의 소형 위성은 우주 발사체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뒤 우주로 발사된다. 로켓이 지구 궤도에 오르면 위성이 차례대로 전개되고, 각 위성은 주변의 가까운 위성 5기와 레이저 신호를 통해 연결되어 일정한 궤도에서 공전할 수 있다. 위성과 지상국은 광속 전파로 연결된다. 이렇게 궤도에 오른 각각의 위성은 하나의 노드가 되어, 신호가 가장 강하고 속도가 빠른 경로를 실시간으로 찾아 연결할 수 있다.

 

스타링크가 미칠 영향들

 현재 스페이스X에서는 이미 2,000대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는 팰컨9로 한 번에 60개의 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있지만, 차후에는 스타십을 이용해 한 번에 400개의 위성을 발사해 배치할 예정이다. 

 스타링크는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타링크는 위성 인터넷만이 아니라, 광통신 인터넷보다 통신 속도가 빠른 초단 응답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스타링크는 인터넷 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재난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원한 일이 한 사례이다. 2020년 미국 서부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워싱턴 주에 스타링크 기지국을 설치하고, 대량의 스타링크 안테나를 보급하여 빠른 응답 속도로 산불을 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링크 위성군이 빛 공해로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위성이 태양 빛을 반사하여 밝게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링크 위성은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기차처럼 긴 궤적을 관측할 수 있는데, 일명 ‘스타링크 트레인(Starlink Train)’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현상은 천체 관측 사진에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궤적을 남기기도 한다. 또, 스타링크 위성군의 반사광은 지상의 광대역 탐사 망원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향후 발사될 위성들에서 빛 공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이미 발사된 위성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상 망원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상 고도 약 550km에서 궤도운동을 하고 있는 일부 스타링크 위성이 고도가 비슷한 다른 위성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우주 쓰레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링크는 아직 그 장점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텅 빈 공장에서 직원 몇 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팰컨1을 쏘아 올리지 못했다면, 우주 인터넷을 향한 여정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팰컨1을 쏘아 올리기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했던 엔지니어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처럼, 우주 인터넷 산업을 포함한 과학 기술 전반에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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