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 『드라이브 마이 카』

(주)트리플 픽쳐스 제공
(주)트리플 픽쳐스 제공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의 아내는 극작가 오토다. 그녀는 가후쿠와의 잠자리 후에 머릿속에 새롭게 떠오르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다음 날 가후쿠가 이야기를 복기해 들려주면 오토는 이를 각본으로 써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후쿠는 출장을 가려던 길에 스케줄이 변경되어 집에 돌아왔다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오토를 잃을 자신이 없었던 가후쿠는 그녀의 외도를 모르는 척 넘어가지만, 결국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음이 오토를 앗아간다.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며 주목받는 신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직접 연출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개최된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과거의 상실에 묶여 고통받는 두 주인공, 가후쿠와 그의 운전수 와타리가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과 달리, 영화는 분량의 대부분을 가후쿠가 연출하는 체호프의 연극 ‘바냐 아저씨’ 연습 과정에 할애한다. 각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후쿠의 신념에 따라 모든 감정과 억양을 배제한 채 딱딱한 대본 리딩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후쿠는 ‘바냐 아저씨’를 다국적 배우가 연기하는 다언어 연극으로 연출한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수어 등 언어가 다름에도 소통에 성공한 배우들의 모습은, 언어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소통하지 못하고 끝내 서로에게 닿을 수 없었던 가후쿠와 오토의 상황과 대조되며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와타리도 가후쿠처럼 가족을 잃었다. 서로에게 공감한 가후쿠와 와타리는 함께 와타리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둘은 외면했던 상처를 제대로 직면하고 함께 나아간다. 연극 ‘바냐 아저씨’의 소냐를 맡은 한국인 유나가 수어로 전하는 마지막 대사는 가후쿠를 다시 한번 구원한다. 그렇게 ‘바냐 아저씨’의 바냐역을 무사히 마친 가후쿠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직시하고 상처를 받아들임으로써 슬픔의 구렁에서 빠져나와 담담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와타리는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며 한국에서 살아간다. 영화 내내 등장하며 아내와의 추억을 상징한 ‘마이 카’로부터 가후쿠는 비로소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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