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하루 속에 있었나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쳤을 인연, 하지만 학교라는 장소로 이어져 있는 ‘우리’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김용현 입학처장
김용현 입학처장

물리학과 교수 김용현입니다. 카이스트 학부 90학번 출신이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 이광형 총장님 부임과 함께 입학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카이스트가 학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1986년부터 우리 학교에 신입생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학교에는 ‘과학 영재끼리 모여서 과학 관련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일관된 학생 선발 철학이 있었어요. 30여 년 후, 제가 입학처장이 된 후에도 저희가 학생들을 보는 관점은 과거와 똑같아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는 우리 학교가 첫 번째 선택지이고, 저희도 그런 ‘KAIST DNA’를 갖춘 학생을 뽑으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KAIST DNA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수월성, 열정, 독립심, 이타심이 있습니다. 여기서 독립심이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해보려 하고, 자신의 길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자기 주도성을 의미해요. 또한 이타심은 과학을 통해 인류,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마음이에요.

 

입학처장으로서, 그리고 학부 선배로서 우리 학교는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석·박 과정을 거치면서 거의 인생의 반 이상을 우리 학교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선 장점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과학 기술 분야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대학생은 당연히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알지 못해요. 그런데 학교에서 귀감이 되는 누군가를 보고,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과학자가 되어 있는 거죠. 제가 최근 고등학교에서 하는 강연 제목이 ‘라라랜드 KAIST’에요. 라라랜드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잖아요. 우리 학교는 과학기술계의 라라랜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단점을 말하자면, 종합대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받잖아요. 우리 학교는 과학기술 분야에 중점을 둔 대학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다양성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문제를 잘 알고 있고, 1986년부터 계속 대강당에서 문화 행사를 열고, 타 대학과의 학점 교류도 진행하는 등 학생들에게 문화적 다양성을 노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입학 후, 우리 학교에서 꼭 얻어갔으면 하는 것을 하나 꼽자면 무엇이 있나요?

 제가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카이스트에는 정말 많은 기회와 많은 길이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선택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야 해요. 학생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속 탐색하고 깨달음을 얻으세요. 자기 자신을 발견하세요.

 저도 처음부터 물리학과를 지망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수학이 제일 재밌었고, 최고의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학과를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입학하고 나서 수학 연구 동아리를 구경하다가, 수학에서 하는 논의가 내가 지향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들었고, 1학년 공부를 마치고 나니 더욱이 수학이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머지 분야 중 물리가 가장 재미있어 물리학과를 신청했습니다. 그 후 들은 물리 과목들은 한 번도 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어요. 제가 잘하냐 못하냐를 떠나 배우는 과정이 늘 재밌었고, 이렇게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방황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까지 정말 재미있게 물리를 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무엇이 재미있는가’인 것 같아요.

 

새내기 때, 대단한 친구들을 보며 내가 우리 학교에 맞는 사람인지 고민이 들기도 했는데요. 입학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새내기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도 학부 때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일단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전공 선택 전 1년의 시간이 있잖아요. 그 시간에 그냥 방황하라고, 그리고 그게 정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의 범위를 줄이기 위해, 동아리도 탐색하고, 학과도 탐색하고, 선후배와 교수님께도 많이 물어보면서 방황하세요. 자기의 모습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찾았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안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즐거웠다면 계속하는 거예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배울 때 너무 재밌었어요. 과목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목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계속 배움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전체가 보일 겁니다. 그러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끝까지 살아남고 포기하지 마세요. 

 혹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우리 학교의 전공 분야들과 거리가 멀다면, 일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가장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하세요. 그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그쪽 분야로 진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즐거운 영역에서 일하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는 거죠. 그렇게 하면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여러분을 뽑았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아까 말씀드린 KAIST DNA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한 재능이 있어요. 다만 아직 방황하고 있을 뿐이에요. 이 안에서 끝까지 잘 갈고 닦아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루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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