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현 편집장
배가현 편집장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본가에서 멀어져 생활한 지 1년째다. 아무 간섭 없이 자유를 만끽하는 것은 좋았지만, 가끔 집이 너무 그리울 때가 있었다. 내가 그리운 건 여러 가지였다. 햇볕이 가득한 거실 바닥을 뒹굴뒹굴하는 것, 베란다를 통해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 저녁마다 엄마와 꼭 붙어 있던 소파. 그중 가장 큰 건 역시 집밥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이상하게 허기짐을 느끼곤 했다. 첫 한 달 동안 엄마랑 전화할 때마다 집밥 타령을 하니까, 엄마는 택배로 반찬을 부쳐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열었을 때, 좁은 기숙사 방 전체에 펼쳐진 엄마 반찬 냄새를 기억한다.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향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움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감정이기에 더 값지다. 그리움을 공유하는 관계는 황정은의 소설 <디디의 우산>에 나오는 것처럼 ‘한뿌리에서 자란 감자처럼 양분을 공유한 사이’와 같다. 옛날을 얘기하고 얼마간 같이 뭉클해질 수 있는 사이는 얼마나 소중한가. 그리움은 우리를 과거로 소환하고, 미화되고 고정된 과거 속에서 우리는 편안해진다. 따라서 함께한 것을 애틋하게 기억해 주는 존재는 하나의 고향이다. 돌아갈 곳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움이 되어가는 존재는 어떠한가. 학교에서 고학번이 되어가는 지금, 기숙사를 오래 떠나있다 돌아오면 반가운 감정이 생긴다. 익숙함이 쌓여 길들고, 오래 남을 기억이 된다. 시간은 기억을 따스하게 만든다. 학교생활은 나에게 벌써 익숙해졌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나는 어떤 향수를 느끼게 될까? 예쁘지만 마냥 즐길 수 없었던 중간고사 기간의 벚나무도, 새벽 밤샘을 하고 돌아가는 길의 차가운 밤공기도 지금은 피곤한 기억이지만, 아주 나중에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새벽 2시의 신문사실, 지금 내 옆에 놓여있는 매점 바나나와 밤늦은 시간의 과제는 어떤 그리움으로 기억될까? 나중에 그리워할 시간으로 잠시 다시 돌아온 거라 상상하며, 오늘의 피곤함을 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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