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박동훈

(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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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 자사고에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지우는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수학 내신 성적에서 사교육의 벽을 느낀다. 같은 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는 내신을 챙기기 위해 일반고로 전학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자랑, ‘명문고 간 아들’로 남고 싶었던 지우는 우연히 학교 경비원으로 정체를 숨기고 지내던 학성의 수학 실력을 발견하게 된다. 전학은 가지 않겠다는 지우의 굳은 다짐과 끈질긴 구애 끝에, 딸기 우유로 과외비를 대신하며 학성의 비밀과외가 시작된다.

 “원주율이 악보네.” 수학이 아름답다는 학성의 말을 믿지 않는 지우에게 학성은 원주율로 만든 피아노 연탄(連彈)곡을 선보인다. 숫자마다 각각의 음을 붙여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소수인 원주율을 피아노 건반 위로 옮긴 것이다. 원주율이 만든 희망차면서도 신비로운 선율은 학성이 말하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지우뿐 아니라 관객에게까지 전해준다. 일명 ‘파이(π)송’은 음악 감독을 맡은 이지수 서울대 음대 교수의 아이디어다. 이 교수는 “시나리오를 읽고서 수학을 차가운 논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감성으로 표현할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원주율의 숫자를 음에 대입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음악뿐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수학’이라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친숙하게 풀어내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박동훈 감독은 “우리 주위에 수학이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쉽고 재미있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히는 오일러 공식을 실생활 속 요소들로 설명하는 장면은 학창 시절 흔히 보던 EBS 교육 자료를 방불케 한다. 실제 수학자의 자문을 받아 수학,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을 대사에 담기도 했다. 영화는 학성의 입을 빌려 결과에 치중해서 과정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정답을 쫓기보단 온전하게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라고 강조한다.

 이 영화는 경쟁의 연속을 살아가는 고등학생들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우의 멘토인 학성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은 “겉으로 보기엔 성인이 미완의 젊은 청춘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주는 드라마 같지만 실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 같다”며,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없는 것이지만 나름의 가치관대로 괜찮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뻔하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학성의 따뜻한 위로가 여러분에게도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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