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KAIST 독서문화위원회 추천 도서

 마음을 담아 세심하게 쓰인 단어와 문장은 읽는 사람도 시간을 써 정성껏 읽게 만든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은 대상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아름다운 시절을 세밀하게 표현해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중에서도 데뷔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여름 별장의 작은 문고리부터 숲의 나뭇잎 하나까지 세심하게 그려내며 6년째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의 화자인 사카니시는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종합건설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대학원에 진학해 건축을 연구할 생각도 없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의 건축사무소는 일흔이 넘은 무라이 소장의 나이에, 몇 년간 채용 소식도 없었지만 사카니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제출한다. 그런데 어쩐지 면접을 본 후 일주일이 지나 채용이 결정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국립 현대도서관의 건축을 뽑는 경합에 무라이 설계사무소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된다.

 모두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무라이 슌스케는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건축물이 아닌, 단아하고 수줍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주변과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한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로운 균형과 함께, 쓰는 사람의 동선과 마음을 고려하는 것이 무라이 선생 건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런 무라이 선생이 지은 고요한 숲속의 별장은 사무소의 직원들이 여름을 나며 설계에 집중하는 곳이다. 커다란 계수나무를 끌어안은 듯 ‘ㄷ’자로 지어진 별장에 직원들이 도착하자, 여름 별장은 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가고 사무소 직원들은 익숙한 삶을 새로 시작한다.

 대상의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첫걸음이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문장을 읽다 보면 자연과 세상, 그리고 자신의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눈치챌 수 있다. 마쓰이에 마사시는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호반새, 쇠딱따구리, 유리딱새 등의 이름으로 불러준다. 숲의 새, 나무와 꽃뿐만 아니라 건축에 쓰이는 용어 역시 성실하지만 어렵지 않게 서술함으로써 건축을 현실 세계로 들여온다. 의자와 책장까지 직접 디자인하는 설계사무소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에 대한 지식을 얻음과 동시에 건축이 단순한 공간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자, 삶 그리고 인간의 영혼과 맞닿아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도서관 건축 경합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큼,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는 아래의 문장처럼 책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드러나곤 한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혼란스러운 세상 때문에 마음마저 소란스러워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 건물을 설계하는 사무소의 직원들을 보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과 삶도 차분히 가라앉고 이내 안정감을 찾는다. 짙은 녹색으로 가득 찬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일상에 안정과 평화로움을 더하는 의지처 같은 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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