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망대 - 올리퍼 엘리아슨, 2021

 현대미술계의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이 대전 신세계와 손잡아 관람객을 찾아왔다.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은 수학과 과학, 건축과 공학을 예술에 적용해 미술관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며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디 아트 스페이스 193’에서 진행중인 상설전시 <살아있는 전망대, 2021>은 올라퍼 엘리아슨이 탐구해온 예술 세계를 집대성해 전망대라는 특수한 공간에 담아낸 작품이다. 엑스포 타워 40층과 42층에 설치된 7개의 구조물뿐 아니라 벽과 천장, 창문을 포함한 모든 공간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 전망대라는 특성에 맞게 매일 달라지는 풍경과 빛의 양에 따라 변하는 공간 내부의 색과 빛이 전시에 역동성을 더한다.

경험으로서의 작품
 엘리아슨은 관객과 소통하는 사회적 미술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작가로,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그의 공공 미술은 끊임없이 대화를 제시하고 응답을 요청하며 관찰자를 작품의 주체로 끌어올린다. 즉,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과 그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정적인 대상과 사물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적인 의미를 얻는다. 그는 작업 노트에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사용자에 의해 끊임없이 재정의되는 공간의 일시성이 설치 작업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라 밝혔다. 그에게 예술이란, 정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적 맥락과 관객의 반응에 의존해 불안정함과 다양함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그가 진행한 ‘날씨 프로젝트’는 인공 태양과 반사판으로 공간을 태양 빛으로 물들이고, 미세한 안개를 허공에 채움으로써 흐린 날씨에 익숙한 런던 시민들에게 햇빛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인공 태양 아래에서 일광욕하듯 바닥에 드러눕거나 공간을 거닐며 작품의 일부가 되어 ‘날씨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러한 올리퍼 엘리아슨의 세계는 이번 전시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날씨에 따라 전망대의 풍경이 바뀌고 햇빛에 따라 작품이 풍기는 느낌과 색이 달라지고, 멀리서 언뜻 보았을 때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전혀 다른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숨 쉬는 구름 행성>은 관객의 위치와 빛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끊임없이 바뀌는 입체적 환영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한다. 전시의 마지막 순서에 위치한 <사라지는 태양을 위한 캐비닛>에서는 외부에서 봤을 때 공중에 흩어진 것처럼 보이는 파편들이 구체 안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정확히 정렬된 벽으로 보인다. 또한 노란 필터로 이루어진 구체 때문에 작품 속 세상은 태양 빛에 물든 듯하지만, 작품 밖으로 나오면 작가가 의도한 잔상효과로 온 세상이 파랗게 바뀐다. SNS 속 사진을 통해 작품을 간접적으로 볼 때는 경험할 수 없는 것으로, 관객의 감각적 체험이 그의 작품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사라지는 태양을 위한 캐비닛 (©이도현 기자)
사라지는 태양을 위한 캐비닛 (©이도현 기자)

엘리아슨이 자연과 교감하는 법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일상적인 경험과 평행을 이룬다. 이때 생태계는 엘리아슨의 작품에 영감이 되는 자원이자,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엘리아슨이 성장한 북유럽의 긴 여름에는 저녁에 조명을 끄고 밖에 나가면 희미한 노을빛에 눈이 적응하는 데 잠깐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눈이 적응하고 나면 조명을 끈 뒤에도 밖이 밝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엘리아슨은 경험의 상대성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경험이 관점이나 맥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은 어린 시절의 영감은 이번 전시의 <아침의 통로>를 통해 드러난다. 터널을 걷다 보면 벽면으로는 자연광이, 천장을 통해서는 LED의 빛이 기하학적 형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동틀 녘의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엘리아슨은 자연을 보는 새로운 감각을 건드리고,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표현하기도 하는 등 미술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현재를 보여주는 캐비닛>에서는 초기 카메라의 원리인 옵스큐라*를 통해 어두운 돔 내부에 거꾸로 맺힌 대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풍경을 바깥에서 가지고 와서 그 풍경을 다시 보게 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경관을 재현해낸 이 작품은 늘 마주하던 환경을 상기시키고 우리가 사는 장소에 대한 인식을 환기한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살아있는 전망대, 2021>를 만들게 된 의도로 ‘작품이 설치되기 전부터 그곳에 존재하던 것을 관람자들이 달리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전망대에 설치된 7가지의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현재를 보여주는 캐비닛' 안쪽 벽면에 맺히는 외부의 상 (©이도현 기자)
'현재를 보여주는 캐비닛' 안쪽 벽면에 맺히는 외부의 상 (©이도현 기자)

 

*옵스큐라

어두운 방 한쪽 벽면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을 통과시키면 외부의 풍경이 반대쪽 벽면에 거꾸로 비치는 원리 혹은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든 기구

 

장소 | 디 아트 스페이스 193 (대전 신세계)

기간 | 2021.11.25. ~ 2022.4.10.

장소 | 1회차(1시간) 당 성인 15,000원, 아동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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