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이윤지 기자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2 한국서점편람>에 의하면,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서점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독립서점의 개점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서점이란 대규모 자본의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독립서점은 그 특성상 규모가 작아 한정된 개수의 서적만 다루다 보니 각각의 취향과 개성이 확실하다. 그 덕에 책장에 꽂힌 책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아직 독서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거나 책 취향을 찾지 못했다면 독립서점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학교 주변에 위치한 여러 독립서점들을 소개한다.

 

책방지기 취향이 가득, ‘이도저도 서점’
 ‘이도저도 서점’은 소설이나 과학책부터 역사 및 철학책까지 책방지기가 읽고 싶었던 책들을 위주로 다룬다. 간단한 간식과 핫초코 등의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책 주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공간을 아끼는 단골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책을 이 서점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이도저도 서점’은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 

 책방지기는 더 많은 사람이 독서의 참맛을 느끼고 삶이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을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독서 문화가 확산할수록 출판 업계도 부흥하고 그만큼 좋은 책들도 많이 나올 것이라는 독자로서의 소망도 있다고 한다.

 처음 서점을 열 때, 책방지기는 다른 책방과의 차별점을 고민하다가 인테리어 같은 복제가 가능한 요소보다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유일한 존재인 자기 자신과 최대한 비슷하게 공간을 꾸민 것이다. 책방의 이름부터 책방지기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그는 본인에 대해 어느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진 않지만, 음악, 운동, 독서 등 여러 가지를 꾸준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어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싶은 만큼만 해도 괜찮아.’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까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도저도 서점’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위로를 건넨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 위치)

이도저도 서점 (©이지현 기자)
이도저도 서점 (©이지현 기자)

 

공간을 공유하다, ‘우분투북스’
 ‘우분투’란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의미의 남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을 뜻하는 단어다. 우리 학교 학우들이 운영 체제를 떠올릴 법한 이름의 ‘우분투북스’는 책방지기가 음식 관련 잡지사에서 10년가량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과 음식을 주요 테마로 삼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고전 문학, 동시대 예술, 음악, 차 문화, 색(色) 등 다양한 테마들을 책장 곳곳에서 발견해보는 재미가 있다. 

 ‘우분투북스’의 책장에는 손님들의 취향도 반영된다.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하시는 단골을 위해 정원 관련 신간을 모아 놓은 서가가 있는가 하면, 한 코너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단골을 위한 사진 위주의 레시피북들이 놓여있다. 책방과 손님이 서로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우분투북스’로 꾸며진 것이다.

 정기 구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취향을 신청서에 상세하게 적어내면 책방지기가 직접 책을 추천하고 배송해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 공간에서 여러 개의 정기 독서 모임도 꾸려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 모임을 갖고 있지 않지만, 독서 모임을 찾는 손님은 아직도 종종 있다고 한다. 책방지기는 “책을 고를 때 제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편하게 오셔서 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 어은동 위치)

우분투 북스 (©이지현 기자)
우분투 북스 (©이지현 기자)

 

정원사의 책장, ‘텍스트가든’
 ‘텍스트가든’은 꽃과 식물 관련 일에 종사 중인 책방지기가 사람들에게 친숙한 카페의 형태로 가드닝(Gardening) 문화를 제공하고자 꾸린 공간이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를 합친 신조어 ‘플랜테리어(Planterior)’가 인상적인 공간 ‘텍스트가든’에서는 다양한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공간 한쪽에 놓인 책 판매대에는 꽃과 식물 관련 책을 중심으로 소설과 시집까지 책방지기의 취향이 가득 담겨있다.

 책방지기는 이전에 꽃집을 운영하면서 꽃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대형 서점에 갔을 때 원하는 책을 찾기 힘들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서점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식물 책 독립서점을 1년간 운영하고 플랜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텍스트가든’을 완성하게 되었다.  책방지기는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식물이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식물과 함께하면 한 층 여유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식물을 공간을 꾸미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보단,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키워 주셨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 위치)

텍스트가든 (©이지현 기자)
텍스트가든 (©이지현 기자)

 

반려동물을 알아가는 시간, ‘어독어북’
 ‘어독어북’은 반려동물에 대한 서적을 다루는 책방이다. ‘어독어북’의 책방지기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반려동물의 행동이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프라인에 반려동물 관련 서적이 많지 않아 책을 직접 확인해보고 사기가 어려웠고 이는 ‘어독어북’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반려동물의 심리 상태부터 시작해서 반려동물 문화, 피부병 등의 질병 홈케어, 강아지나 고양이를 소재로 한 소설, 역사책, 만화, 잡지 등 반려동물에 관련된 책이라면 모두 다룬다. 반려동물을 위한 넥카라부터 강아지 사진이 들어간 달력, 스티커 등 반려동물 관련 잡화도 함께 판매한다. 빠르면 3월 말부터는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제작하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독어북’의 책방지기는 “반려동물과 함께 오시는 분들에게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반려동물들이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뛰어놀 수 있도록 카펫도 깔려 있다. 아무리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카페가 많아지고 있다 해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손님들과 공간을 함께 쓰다 보면 반려동물과 여유를 즐기는 데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다. 책방지기는 “이 공간만큼은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 구암동 위치)

어독어북 (©이지현 기자)
어독어북 (©이지현 기자)

 

 독립 서점은 운영하는 사람의 개성을 보여주는 공간인 동시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향기도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다. 그 과정에서 독립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교류의 장,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퍽퍽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책 속에 파묻혀 자신의 취향을 찾아 작은 여정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선사하기도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직접 방문해보고 책 향기도 맡아보며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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