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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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계속해서 미래를 예측하기를 원한다. 예측에 대한 역사는 매우 길다. 옛적부터 여러 점술이 각 시대의 문화에 맞추어 성행해 왔고, 현대에 AI, 수학적 모델링 관련 분야들이 크게 급성장했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점성술 등 여러 비과학적인 예측 방식에 의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의존하는 비과학적 예측 방식 중 샤머니즘, 점성술, 명리학에 대해 알아보고, 사람들이 왜 이런 비과학적 예측 방식에 의지하는지 알아보자.


샤머니즘
 샤머니즘은 신적인 존재를 불러들이는 무당, 곧 샤먼을 중심으로 한 신앙체계를 뜻한다. 샤먼은 이상 심리상태에서 신령 등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공유하여 미래를 본다. 샤먼의 어원은 시베리아통구스계족에서 주술사를 의미하는 사만(saman)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책 <예측의 역사>에서는 샤머니즘을 샤먼의 정신이 일상적인 환경을 떠나 미스터리한 여행에 나서게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장애물들을 거쳐 새로운 영역에 가 미래를 본다고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샤머니즘은 보통 한국 무속을 뜻한다. 한국 무속에서는 신들림과 신내림을 통해 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논문 <한국무속과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비교>에 따르면 신들림은 신내림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신에게 사로잡힌 상황으로 대체로 신과 비자발적이고 수동적인 관계만을 의미한다면, 신내림이란 자신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신을 불러오고 돌려보낼 수 있는 주체적이고 의도적인 ‘신들림’이 가능한 경우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무당의 신내림 자체는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입무 단계에서 신의 뜻에 의해 움직이며 몸이 심하게 아프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를 거쳐 내림굿을 통해 인간의 의사가 신에게 반영되는 쌍방적인 관계로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국 무당의 굿에서 무당은 신들림을 통해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중재자로서 역할 하게 된다.

점성술
 샤머니즘, 해몽 등은 평범한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서, 그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수단과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 실제 세계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상세히 관찰한 후에 관찰한 내용으로 규칙을 만들고, 미래에 대해 결론짓는 예측 방법들도 예전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다. 이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점성술이다.

 점성술은 영어로 ‘astrology’로 별들의 논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약 2만 5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별을 자주 관찰했고, 별들 간의 질서를 발견하였으며, 삶과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기원전 3000년 이후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된 점성술은 이후 이집트와 중국을 기점으로 널리 퍼지며, 오랜 시간에 걸쳐 관측 정보가 축적되었다. 사람들은 태양과 달, 여러 행성, 별들의 위치 및 빛깔을 비롯한 천문현상을 토대로 인간 생활의 길흉을 따졌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점성술이 생겨났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군주들은 천문현상에 항상 유의하였다. 점성술은 동양의 전제주의 밑에서 군주에게 봉사하는 학문으로 발생하였고, 군주만이 그 지식을 사용하는 자유를 독점하고 있었다. 국가의 일을 점치는 천변 점성술의 경우 조금이라도 새로운 천문현상이 나타나면 제왕은 점성술사를 불렀고, 이 때문에 점성술사는 제왕의 정치고문으로서 강한 발언권을 가졌다. 점성술이 성행함에 따라 천체관측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여 미래에 전과 같은 천문현상이 일어났을 때 점성술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때문에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천문 관측 기록들이 존재한다. 이는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많이 실려있다.

 점성술은 정확한 관찰과 고정된 규칙으로부터 나타나기에 수학적 계산은 점성술 초기부터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서양에서는 아스트롤라베(천체 고도 측정 장치), 메르카토르 고리(세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측정 도구), 볼벨(아스트롤라베에서 파생한 장치) 등의 최첨단 도구를 사용하였다. 이는 측량과 광학 등의 기존 과학과 연결되었고,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점성술사들은 다른 주술사들보다도 높은 지위를 얻고 있었다. 유명한 천문학자 케플러도 점성술로 생활비를 벌어 천문학을 연구하였을 만큼 당시 천문학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별자리 점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리학
 명리학이란 사주, 즉 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다르게 사주학이라고도 부른다. 나무, 불, 물, 쇠, 흙 등 5가지 기운의 상생상극 관계를 판단하고, 음양과 오행의 배합을 통해 사람 앞에 놓인 길흉을 판단할 수 있다. 명리학의 대가이자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양창순 박사는 “정신의학은 ‘자라온 환경’을 토대로 분석하는 반면, 명리학은 ‘타고난 기질’을 탐구한다”며 “두 학문을 통해 한 개인을 가장 입체적이고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창순 박사는 명리학이 운명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주는 고정되어있지만 팔자는 변화하기에, 사주를 토대로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해 강점은 더 개발하고, 약점은 보완하며, 내 안에 숨겨진 잠재력을 최대로 활용하면 팔자와 운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연을 이루는 기와 한 개인을 이루는 자연 에너지 사이의 균형과 조화로써 성격과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점술에 의지하는 이유
 명리학을 비롯한 모든 점술을 과학과 연관 지을 수는 없다. 20세기 대표 철학자 칼 포퍼가 제시한 반증 가능성의 원리에 의하면, 경험과학의 체제란 경험에 의해 반박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명리학을 비롯한 모든 예측 방식에서 결과가 예측과 다를 시 그것이 아닌 이유를 합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점술은 그렇지 않다.

 미래 예측 방식은 그 방식을 고안하고 활용한 사회를 반영하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고, 문화의 영향에 좌우됐다. 한 시대의 문화와 분위기를 벗어나기란 매우 어렵기에 현대에서 보았을 때 터무니없는 점술들도 한 때는 유행했다. 대부분의 예측 방식은 상징과 비유를 많이 사용하고, 보통 자연이나 숫자와 같은 현상을 관찰하여 그 안의 상징을 해독한다. 상징들에도 문화가 많이 묻어난다.

 미래를 읽으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존재해왔지만, 그 방식은 과학 혁명 이후 계몽주의 시대인 1650년~1780년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래 예측을 비롯한 모든 목적은 이성에 의지해야 한다는 토머스 페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동시대인들이 나타나면서 많은 점술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흔했지만 현대에 거의 사라진 점술에는 날아가는 새의 모습으로 점치는 새점, 소, 양 등의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점치는 창자 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점과 사주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예측의 역사>의 저자인 마틴 반 크레벨드는 그 이유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불확실한 시대에 과학적 근거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점성술이 더 의지가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맹목적으로 예측 결과를 믿는 것은 때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과학적 논리에 의한 예측 또한 100% 정확성을 보이지 않기에 완벽히 믿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주고 일어날지 모르는 문제에 조심하게 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예측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무당이 과거 조선 시대에 질병 관리청이었던 혜민서 소속이었음을 보더라도, 예측은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워주는 기능을 하는 데에 탁월하다. 점치는 데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인 타로는 내면의 이야기를 보다 수월하게 끌어내고 조언하기 위한 상담의 한 보조 도구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힘들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점술에 기대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트, 현암사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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