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학술부 부장
이진 학술부 부장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체중으로 나왔고, 유치원 시절에는 주말이면 응급실에 가서 링거를 맞는 날이 일상이었다. 8살때까지 금지옥엽 외동딸로 자랐던 나는, 어쩌면 실패에 무디고 곱게만 자랐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워낙 골골댔던 탓에 항상 부모님과 함께 다녔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치원 시절, 손가락에 모래가 끼는 것이 너무 싫어 꿋꿋하게 혼자서 모래놀이를 하지 않고 책을 잡았던 성격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대학에 오면서 그동안 편하게만 살아왔던 인생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항상 나의 건강을 걱정하며 좋은 것만 챙겨주시던 부모님은 멀리 떨어졌고, 일반고라 혼자 학교에 온 나는 친구를 사귀며 적응하느라 바빴다. 완벽하게 달라진 환경에 스스로의 건강도 돌보기 어려웠고, 대학공부는 하루하루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오랜만에 집에 가면 부모님은 얼굴이 상했다며 온갖 음주와 불규칙한 식습관 및 생활패턴으로 점철된 나의 생활을 못마땅해하셨고, 나는 이것이 20대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즐겼다.

 2학년 여름이었을까. 적당히 나빴던 나의 건강은 빠르게 수직 하향하기 시작했고 나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무렵, 나의 3학년의 시작은 코로나와 함께였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요가 등 여러 운동을 해보았지만 금방 포기했다. 그 뒤, 스스로의 돈으로 처음 시작한 운동이 바로 크로스핏이었다.

 처음 크로스핏을 접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선천적으로 아킬레스건이 짧아서 스쿼트 가동범위가 나오지 않았으며 인바디를 통해 내 몸에 근육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았다. 코치님들의 끈질긴 가르침을 통해 이제야 조금 사람다운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체감상 가장 변한 부분은 바로 나의 멘탈이다. 스트레스의 역치가 낮고 시험기간 마지막 주가 되면 정신을 못차리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버리는 저주받은 체력과 멘탈에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의 특성상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습관이 내 인생에 스며든 것이었다.

 많은 발전을 이룩해냈지만 아직 나는 갈 길이 멀다. 남들보다 늦게 운동을 시작하고 몸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기에 나는 운동을 할 때마다 매일 한계를 마주한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했을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힘든 학교 생활에 지친 많은 분들도 본인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 일상의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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