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정된 전선에서만 일어나지 않는 현대 전쟁의 참혹함을 잘 보여준다. 러시아군 주택가와 병원, 공항을 무차별 공격해 수많은 민간인 인명 피해와 건조 환경의 파괴를 가져오고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에 포탄이 떨어져 전 유럽을 방사능 공포에 떨게 했다. 다행히 폭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포리아 원전이 폭발한다면 그 피해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규모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과 공포는 뉴스와 신문은 물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실시간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평화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문제를 넘어, 세계 열강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및 무기 지원 등 직접적인 개입에 나섰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제, 에너지 제재, 기술 제제에 가담하는 형국이다. 중국 또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자국의 경제적, 영토적 이익을 고려하며 정세를 관망하고 있다. 냉전의 대리전으로 알려진 6.25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한국에게 ‘신냉전’의 신호탄처럼 여겨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전으로 번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원유 가격이 폭등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에 동참했을 때의 경제적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교민의 안전 문제, 한반도의 평화와 직결되는 대러시아, 대중국 관계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지난 9일, 우리 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와 포용성 위원회의 주도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증진코자 하는 과학도로서 국경을 초월한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평화를 소망하는 우크라이나 인, 러시아 인, 국제 사회와 연대해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를 위한 성명서에는 1100명의 구성원들이 연대서명을 통해 지지를 표명했다. 우리 학교는 우크라이나 인, 러시아 인을 포함해 이번 전쟁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다양한 국적의 구성원이 공존하는 공동체이기에 이번 성명서가 갖는 의미가 깊다. 침략 전쟁에 대한 규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공동체 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