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8일에 취임한 이광형 제17대 총장의 임기가 이제 1주년을 맞는다. 그에 따라 본지는 이 총장과 지난 3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총장이 취임 당시 내걸었던 ‘QAIST’ 공약의 비전을 다시 살펴보고 현 진척도를 점검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아보았다.

 

본지는 지난 3일 이광형 총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은 기자의 인터뷰 질문에 응답 중인 이 총장. (©정시윤 기자)
본지는 지난 3일 이광형 총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은 기자의 인터뷰 질문에 응답 중인 이 총장. (©정시윤 기자)

우리 학교에서 1년간 총장으로 재임하였다.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교수로서 재직할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있는지?

 KAIST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가 교수 시절에 느꼈던 것보다 크다. 우리 대학은 그냥 보통 대학이 아니다. KAIST가 하는 일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고, 다른 대학이 따라하는 일이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것은 KAIST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대학이 변하고 나라가 변하게 된다. 취임 이전에는 생각 못 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나라를 바꾸는 일이었다.

1년 간 학교 구성원과 소통할 일도 많았고, 사업도 다양하게 추진하였다. 전반적인 학교 운영을 하며 느낀 다른 점이 있는지?

 우리 학교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사명감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내가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 학교가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길로 가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편한 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을 하고, 일류 대학이 되려는 목표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미술관 건립, 독서문화위원회 운영 및 조수미 교수 초빙 등의 사업을 통해 인문학적인 소양을 강화하고자 했다. 해당 사업들의 목적이 궁금하다.

 우리같이 과학, 공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는 것을 잘 한다. 그런데 그렇게 깊게만 파다 보면 다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 과학자인 동시에 인문학자, 예술가로서 다른 것을 경험하며 영감을 얻으면 더 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였다. 예술도 관람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자는 취지로 (미술관, 독서문화위원회 등) 사업을 추진하였다.

우리 학교에서 최근 스타트업 등 교내 창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총장의 비전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교내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은 우리 학교에서 연구하고 개발한 것을 사업화해서 사회에 봉사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데 의미가 있다. 국가에서는 우리 학교에 투자를 하는데, 그에 대한 보람이 있으면 투자도 늘어나고 학교의 명성도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다시 세계에서 우수한 인력이 우리 학교를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냥 책 읽는 공부만 해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세계의 다른 일류 대학들을 보면 어디라도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학생들도 정말 즐거워한다.

이번에 추진한 주요 사업으로 미술관 건립이나 실패연구소, 뉴욕 캠퍼스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사업은 현재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미술관은 이제 설계가 끝나서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일 년 반 정도로 공사기간을 잡아서 내년 중반쯤 완성될 것 같다. 실패연구소는 이제 설립되어서 매달 뉴스레터도 내는 등 현재 활동 중이다. 뉴욕 캠퍼스 같은 경우 워낙 거대한 사업이기도 하고,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현지에 가서 관계자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진전이 좀 느리다.

뉴욕 캠퍼스가 설립된다면 본원이 할 수 없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뉴욕 캠퍼스의 설립 목적은 우리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가서 몇 달 정도 큰 세상을 보고 오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만 있으면 너무 좁아서 주변 친구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뉴욕 같이 복잡한 데 가서 놀면 세계 최고의 기술, 금융, 예술 같은 것을 보고 생각이 변할 것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최고, 우리나라 1등이 아니라 세계 최고, 세계 1등을 목표로 잡으며 큰 꿈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인턴십 등 해외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떤 점이 다를지?

 뉴욕캠퍼스는 학생들을 대규모로 해외에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뉴욕에서도 학생들을 선발해서 가르치고, 그곳의 학생들은 대전으로 와 보고 대전에 있는 학생들은 뉴욕에도 가 보는 식으로 더욱 본격적인 해외 교류를 하는 것도 목표이다.

그 외에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과기의전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보았는데, 기존 의과학대학원이 있음에도 설립하려는 취지가 의문이다.

 지금 의과학대학원은 의사들을 뽑아서 공학 지식을 가르친다. 과기의전원을 세우면 우리 학교 졸업생을 석사 과정으로 뽑아서 의학과 공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게 가르친 학생들을 연구하는 의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과기의전원을 졸업한 학생이 연구의사가 아닌 임상의*로 근무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임상의 근무 10년 제한 등의 규정을 만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연구의사 양성을 막는 의과학 연구 지원 부족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당연히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목표는 (과기의전원을 나온 학생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도 세우고 연구병원도 세우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은 추후에 논의할 문제이다. 1단계로 과기의전원 설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취임 이후 굉장히 굵직한 사업들이 많이 이루어져서 임기 내에 제대로 끝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내가 모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후임 총장이 잘 이어서 해 줄 거라고 본다. 우리 구성원들 모두가 세계 일류가 되고자 하는 염원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특별히 영감을 얻는 곳은 없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면 “저것을 배워야지”라는 생각보다 “저것을 어떻게 바꾸어서 적용하지”라는 방식으로 자주 사고하는 편이다. 이렇게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것들 외에 추가적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없다. 여러 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임기는 정해져 있기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못 챙기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새 학기를 잘 보내기 위해 학교 구성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자신만의 습관 같은 것이 있는지.

 운동을 하면 좋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도 운동이 즐겁지는 않고 억지로라도 하는데, 그럼에도 운동을 해야 힘차게 움직이고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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