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 하케 -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주) 교보문고 제공
(주) 교보문고 제공

 혐오와 차별이 판치는 시대에 대한 비판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오히려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관성적으로 일상을 살아갈 뿐이던 어느 누군가에겐 큰 충격을 줄 책이다.

 책은 ‘품위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작가와 작가의 친구가 겪었던 일화가 나온다. 작가의 친구는 바이에른산 맥주를 마시다 바이에른산 맥주를 만드는 양조업체가 바이에른 산지에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하며, 두 번째 잔은 다른 맥주를 시킨다. 작가는 친구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하였기 때문에 품위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하였다. 또 책의 중간쯤에서 칸트의 말을 인용하길, 품위란 타인의 운명에 동참하는 것이라 했다.

 품위와 무례함은 양극단에 존재하는 개념인데, 제목에 두 단어가 같이 들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무례한 시대’란 지식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큰 책임감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사람들은 특히 인터넷상에서 더더욱 쉽게 분노하고, 그 분노를 쉽게 분출한다. 더 나아가서 무례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감정적인 사람의 이야기는 때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의 말을 이긴다. 또 혐오적인 표현은 말에 확신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이 정보가 어떤 사실을 내포하는지 판별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해야만 한다. 품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피곤하고 어렵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품위’는 흥분하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는 우아한 태도 정도로 정의되곤 한다. 이렇게 품위에 대한 정의가 좁고 현상에만 입각한 정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무례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품위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고 우리가 모두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다면 자신이 약간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사람들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행동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은 때에 따라 차별과 혐오를 하지 않는 품위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만, 단지 무관심한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품위 있는 의도의 여부이다. 

 

 

작가는 우리가 모두 이 시대에 책임을 져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변화의 힘을 믿자고 이야기한다. “결국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책의 번역이 깔끔한 것도 이 책의 매력을 더한다.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책의 배경인 독일과 유럽의 상황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독일과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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