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바레스 - 어느 트렌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 / 생명과학과 윤기준 교수 추천 도서

(주)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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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신경과학자 벤 바레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연구자로서의 인생과 내면에 대해 적어낸 기록이다. 책의 앞부분은 벤 자신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본인이 해온 연구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벤은 자서전을 통해 과학자로서 살고 또 과학자들을 지도하는 것의 기쁨에 대해 전하고자 했다.

 바버라 바레스는 뉴저지의 한 가정에서 여자아이로 태어났다. 일찍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바버라는 13세에 MIT에 진학하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버라는 MIT, 의학전문대학원, 박사 과정, 박사 후 과정, 그리고 스탠퍼드대학의 교수 생활까지 연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맘껏 펼쳐 나갔다. 동시에 바버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다. 유방암 예방 목적으로 받은 유방절제술과 한 트랜스젠더 권리 운동가의 글을 계기로, 바버라는 ‘벤’이 되기로 결심한다.

 여성 과학자에서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삶을 살게 된 벤은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벤은 성확정(성전환) 이전보다 유리해진 삶을 통해 성별로 인한 장벽을 직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여성 과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06년에는 네이처에 ‘성별이 문제가 되는가’라는 에세이를 기고하며 래리 서머스 하버드 대학교 총장의 성차별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벤은 후배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달랐다. 벤 바레스의 제자이자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을 감수한 정원석 교수는 “벤은 삶의 마지막에서 크게 두 가지 글을 썼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담아낸 바로 이 자서전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지도했던 모든 제자에게 새로 써준 추천서였다. 정 교수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벤 바레스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신경아교세포를 연구했다. 벤에 대해 정 교수는 “정말 연구를 사랑하셨던 분이었다”며 회상했다. 후배 과학자들의 연구 생활에 끝까지 도움을 주고자 했던 벤은, 과학적 발견만큼이나 젊은 과학자들의 지도 과정을 보람 있고 즐거운 일로 여겼다.

 이 책을 추천한 윤기준 교수는 “벤 바레스의 삶에는 과학자로서 치열하고 열정적인 모습뿐 아니라,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 또는 주변 사회와의 갈등, 그리고 그러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른 동료 및 후배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모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의 고민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가, 어떤 성별로 태어나는가가 전부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우리에게 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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