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는 늘 쉽지 않았다. 작게는 리뷰를 쓰는 것부터 크게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이렇게 학교 신문에 기고를 하는 것까지. 일단 한 번 쯤 회피하려고 하다가 꼭 써야 할 상황이 닥치면 매번 부담감만 느끼고 고민만 하다가 기한이 닥치면 꾸역꾸역 어렵게 쓰게 된다. 신문사에 지인이 여럿 있어서 독자 칼럼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학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칼럼을 기고하게 된 것이 이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글을 읽는 것은 정말 즐겁고 머릿속으로도 끊임없이 생각을 텍스트로 하지만, 이상하게 글로 써 내리려고 하면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글로도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긴 변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단 글감의 선정부터 어렵다. 자신의 속을 다 까뒤집어서 보여주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또 나 자신과는 어느 정도 분리된 학문적인 주제로 쓰는 것 역시 막막하다. 아주 개인적인 글을 쓰면 글이 술술 써지겠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좀 부끄럽고 머쓱하다. 아무래도 사적인 공간에 더 적합하다. 나라는 사람과는 확실히 분리된 학문적인 주제로 쓰는 것도 어렵다. 아직 배움이 부족해 아무리 공들였다고 해도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를 골라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게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과 학문적인 것, 이 중간의 어드메 쯤, 그러니까 ‘무난한’ 주제를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난한’ 주제를 골랐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것, 특히 구성원들에게 배포되고, 인터넷에 게시되는 신문에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속으로 하는 생각이 아니라 자기의 이름을 걸고 외부로 드러나는 글은 자신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글로 쓴다면, 이를 인터넷에 게시한다면, 모두가 자료로 남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나의 지난 과오가 될 수도 있고, 뒤늦게 사과해야 할 거리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원 출처가 아닌 곳으로 흘러가기도 쉽다. 이렇게 되면 지우려고 해도 완벽하게 지우기는 불가능해진다.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글을 쓰면 한 줄 쓰는데도 괜히 더 머리가 아파지고 손가락이 영 무겁게만 느껴진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글까지 써봤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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