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화암기숙사에서 5일 밤을 자고 오늘 자정에 떠나기 위한 짐을 챙긴다. 마지막 저녁을 기다리면서 5일을 되돌아본다.

 들어오기 전은 워낙 혼란스러워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약간의 목 아픔 증상이 생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국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주말인 탓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 길을 잃어 막막했다. 마지막으로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코로나대응팀에 전화를 시도했다. 주말이라 당연히 근무하고 계시지 않을 거라 메일로만 연락을 드린 상태였는데, 정말 놀랍게도 전화가 연결되었다. 간호사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매우 순조롭게 역학조사와 격리를 진행했다.

 그렇게 화암 격리동에 들어왔다. “격리는 짧고, 인생은 길다.” 격리 톡방의 제목이었다. 센스 있는 톡방 이름에 감탄하는 동시에 기왕 격리하게 된 상황을 최대한 인생을 위해 활용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격리를 기회 삼아 하루 세끼 먹으며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 습관을 만들겠다, 하루에 영화 한 편씩을 챙겨보며 비는 시간으로 내 교양을 채우겠다 하는 각오를 세우며 짐을 풀었다.

 완벽했던 계획과 달리 화암기숙사에서의 날들은 정말 빠르게 사라졌다. 첫 3일 동안은 많이 아팠다. 하루는 침 삼킬 때마다 목을 가르는 고통이 너무 커 밤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고, 하루는 콧물이 끊임  없이 흘러 이불을 머리끝까지 둘러싸고 있어야만 했다. 약기운에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식사 시간에 약을 먹기 위해 깨는 것을 반복했다. 먹어야 약을 먹고 낫는다는 생각으로 밥을 밀어넣었다.

 학교에서 마련해주신 시스템은 회복에 전념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었다. 식사는 물론, 카이스트 클리닉 의료진들의 전화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에도 비염 증상이 심해서 카이스트 클리닉을 종종 이용했었는데, 이러한 진료기록을 반영해서 처방해주셔서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하루 12시간 동안 격리 톡방을 통해 지원 물품을 전달해주시는 직원분들 덕분에 방 밖으로 5일 동안 한 발짝도 안 나감에도 물과 종이컵, 상비약 등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 심한 인후통 증상으로 생수를 마시는 것도 어려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 가능한 커피포트가 있는지 여쭤봤는데, 기꺼이 지원해주셨고 덕분에 덜 아프게 지낼 수 있었다. 문밖에 놓인 물품을 수령하면서 ‘머니게임’ 등 콘텐츠에서 사용되는 소재이기에 진기한 경험을 하는구나 싶다가도 마치 게임의 관리자처럼 상시 대기하며 요청에 응해주시는 직원분들에 대한 깊은 존경을 느꼈다. 이 글을 통해 교직원분들과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여전히 부어서 따끔한 목을 제외하면, 이제는 말끔히 회복했다. 다시 본래의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한 짐을 싸는 중에도 톡방에 새로운 사람들이 5박 6일의 격리를 위해 들어오고 있다. 쾌유를 빌고 좋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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