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의 유의미한 의견 듣지 못해... 토론 도중 핸드폰 보며 딴짓까지

 

지난 18일 오전, 사전행사인 ‘차기 정부 과학기술혁신정책 공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홍보실 제공)
지난 18일 오전, 사전행사인 ‘차기 정부 과학기술혁신정책 공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홍보실 제공)

 지난 18일부터 20일, 우리 학교 학술문화관(E9) 2층 정근모 컨퍼런스홀에서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행사가 열렸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KAIST 학부·대학원 총학생회, 바른 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에서 공동 주관한 해당 행사는 제20대 대선후보를 초청하여 과학기술 분야 비전 및 정책에 대해 질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로서 기획되었다.

 행사 첫날의 사전행사인 ‘차기 정부 과학기술혁신정책 공동토론회’에 더하여 본 행사가 열리는 양일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하여 국민의힘, 국민의당, 새로운물결, 정의당 등의 정당들의 대선후보가 직접 참가하는 행사로 알려졌다. 각 후보별로 1부의 과기정책 공약토론(50분)과 2부의 청년과학기술인과의 토크쇼(50분)로 구성되어, KAIST 유튜브 및 동아사이언스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었다.

 그러나 초청된 5인의 대선 후보 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만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논란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이,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각 캠프 관계자로서 대리 참석하였으며, 정의당에서는 대선 일정을 전면 중단하였다가 다시 복귀한 후보가 불참 의사를 밝히며 첫 행사부터 취소되는 파행을 빚었다.

 특히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경우 행사 전날 갑자기 토론 시간 단축 의사를 전달하며 초청된 여타의 패널들이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에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110분 길이의 행사는 1부의 공약 토론을 사회자와의 질의응답으로 대체하는 등 80분으로 단축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원 본부장은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짧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였다.

 후보와 후보 대리인들의 답변 또한 유권자들의 의문을 해소시키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답변이 많았고, 질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논점을 흐리는 경우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위원장은 탄소 감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 다음 정부가 수립된다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방안과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게 하자는 공약)으로 기후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축소해야만 하는 산업들에 대한 추가 질문에도 민간과 협력하여 자금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대답하였다. 

 원 본부장은 전문연구요원 감축과 관련된 캠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들의 군복무가 네트워크 및 지식의 축적에 대한 단절을 의미한다며 공감하면서도, 질문과는 다른 짧은 정년 문제에 대해 얘기하며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변화의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끝을 맺었다. 전문연구요원의 감소가 수 년째 우리 학교 학생들의 큰 걱정거리로 남고 있는 만큼, 인원수의 변동과 관련하여 원론적인 답변조차 듣기 어려웠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호감 대선’으로 꼽히는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후보의 자질 논란, 거대 양당의 내홍 등이 신문 상단을 점유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런 상황 속에서 과학기술단체들이 참여하는 최대 행사로서 개최되었으나 잇단 대리 참석과 태도 논란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과학기술인들과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관심도와 우선순위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편, 지난 1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및 YTN 사이언스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가 열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검증을 받기도 하였다. 비록 본교에서 개최된 행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더라도 선거 전 후보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