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로켓 발사 전 촬영한 사진. 가운데 사람이 신동윤 대표이다. (신동윤 대표 제공)
기념로켓 발사 전 촬영한 사진. 가운데 사람이 신동윤 대표이다. (신동윤 대표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우리 학교의 페리지-KAIST 로켓연구센터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제주도에서 기념 로켓을 발사하였다. 이번 발사에 사용된 로켓은 항공우주공학과와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가 협력하여 개발하였다. 페리지는 신동윤 학우(항공우주공학과 17)가 창업한 회사로, 상업용 소형 로켓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기념 로켓 발사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고자 신동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궤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소감이 어떤지?
 이번 발사에서 우주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개발한 여러 전자 장비들이 로켓에 들어가 한 데 묶였을 때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시험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말한 대로 처음 계획했던 궤도에는 못 들었지만, 실제 발사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울 수 있던 게 가장 큰 의의인 것 같다.

 

스타트업을 설립하기 전에는 로켓과 관련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교에 있던 2013년 즈음부터 아마추어 로켓 활동을 시작해 이것저것 공부하고 연소시험도 했다. 나중에는 아마추어 단체를 만들어서 로켓 개발도 해 보려고 했고, 고체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보내 보려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 보니 비현실적인 목표였다. 참고로 그때 함께했던 5명 정도의 엔지니어가 지금 페리지에서 일하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를 자퇴하고 KAIST에 입학했는데 한국으로 귀국한 것은 어떤 까닭이며, 특별히 KAIST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워털루 대학이 학비가 비싸기도 했지만 큰 이유는 역시 로켓이었다. 같이 로켓을 만들려던 친구들이 한국에 있어서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로켓 일 때문에 한국으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로를 정해야 할 때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별 이유 없이 대전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KAIST의 특기자 전형을 알게 되어 여기로 오게 되었다.

 

KAIST와 협력하여 산학 합동 연구센터를 설립하였는데 협력의 계기가 무엇인지?
 창업 초에 구상했던 계획에서 가장 큰 문제가 엔진을 실험할 장소가 없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우리 회사 중 한 명이 포항공대 출신이라 포항공대에 작게나마 연소시험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보니 막상 포항공대에는 항공우주공학과가 없어서 그쪽에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구체적인 일 진행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우리 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이 소식을 듣고 연락을 주어서 학교에서 진행할 수 있게 문지캠퍼스에 부지를 내어 주고 2020년에는 연소시험장도 완공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이 일은 나 혼자서는 절대 못 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아직 초보지만, 그렇다고 로켓을 정석대로 공부하면서 하기에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일이고 시간이 아까워졌다. 그래서 나보다 많이 아는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회사의 방향성을 빠르게 정립하고 인력 양성, 인재 채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연구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국내에는 로켓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은데,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사실 그것보다는 ‘페리지’라는 회사가 로켓을 쏠 수 있다는 증명을 하는 게 과제였다. 대표가 너무 어리기도 하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 출신 투자자 분들에게 투자를 받았다. 큰 기대는 안 하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초기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 돈을 바탕으로 로켓 프로토타입도 만들고 연소시험장 건설도 진행한 뒤에야 벤처캐피탈을 설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처음부터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념로켓 발사 이후의 페리지 구성원들의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원래 목표는 2021년 안에 우주로 로켓을 쏘는 거였는데, 로켓을 쏜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자잘하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2023년에는 우주로 50kg 정도의 인공위성을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특히 50kg이 옛날 우리 학교가 처음으로 발사한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의 무게라 상징성도 있기에 그렇다. 이를 위해 올해는 2단 로켓의 공중 자세제어 시험을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KAIST의 구성원에게 자유롭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는지?
 나는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창업을 지원해 주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맸는데, 지금 그때로 돌아가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분부터 찾을 거다. 그 도움들을 받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혹시 창업을 하고 싶은데 망설이시는 사람이 있다면, 내 생각에 우리 학교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점 같은 요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카이스트는 그런 것들보다도 추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학교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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