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본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지난달 22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개봉했다. 2015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7년 <킹스맨: 골든 서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킹스맨 시리즈이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의 프리퀄로, 독자적이고 과감하게 움직이는 킹스맨 조직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킹스맨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에 많은 국내 팬의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 관객동원 수는 지난 21일 기준 98만 명으로 이전 편들에 한참 못 미치는 아쉬운 성과를 내고 있다.

 “1900년대 초,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킹스맨의 시작은 제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려한 액션 속에서도 심각하게 풀어내지 않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킹스맨의 매력이듯,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의 제 1차 세계 대전 풍자는 전작의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음에도 킹스맨이라는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 주었다. 특히 라스푸틴과 관련된 역사 속 소문과 괴담을 기반으로 라스푸틴의 죽음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도, 차이콥스키 서곡 1812가 들려오는 가운데 민속춤이 결합한 액션씬이 벌어지는 것도 모두 관람 포인트였다. 그 외에도 사라예보 사건, 미인계 스파이의 대표 격인 마타 하리 등등 실제 역사와 관련된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영화였다면 다른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깔끔한 액션과 다채로운 장면을 담고 있으며, 역사 속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탄탄한 스토리와 따뜻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전작들에서 쌓아 올린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킹스맨 시리즈는 뻔한 클리셰를 깨부수는 B급 감성의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번 작은 너무나도 익숙한 전개였다는 것이다. 초반부 콘래드가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장면은 이전 킹스맨 시리즈에서 봤던 분위기를 전혀 품고 있지 않다. 영화 배경상 정장 차림을 많이 볼 수 없는 것도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런 점이 킹스맨을 진부하지 않은 시리즈로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한다. 매튜 본 감독이 클래식한 연출에 도전하면서 보다 우아한 액션과 시대극 속의 킹스맨을 스크린 속에 담는 데 성공했고, 또한 ‘사람들이 바라는 킹스맨’을 위해 프리퀄의 등장인물들이 기존과 비슷한 캐릭터 성을 가지고 갔다면 전작에 대한 몰입마저 망쳤을 것이다.

 후반부는 킹스맨의 색깔을 훨씬 많이 띠고 있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객들을 설득시키는 데에는 랄프 파인즈의 액션 연기가 한몫했다. 그의 나이 60세에 절벽에 매달리고, 비행기를 조종하고, 강도 높은 액션을 하는 것은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랄프는 시원하고 젠틀한 액션을 보여주었고, 이런 반전 감이 다소 엽기적인 킹스맨의 연출과 합쳐져 관객들을 더욱 집중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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