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마이아트뮤지엄 제공

샤갈, 에펠탑의 연인들
샤갈, 에펠탑의 연인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전시회장을 한창 둘러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문구다. 성서를 주제로 한 전시회인 만큼 종교적 의미를 생각하며 감상하다가도,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샤갈이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샤갈이 살아온 삶과 남긴 말들을 따라 전시를 감상한다면 비로소 그가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샤갈이 사랑했던 고향
 샤갈은 비텝스크라는 러시아 제국 도시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화가를 꿈꿨지만,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집안 친척들의 반대가 심했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샤갈은 어머니의 지지로 힘을 얻어 미술 공부를 계속했다. 비텝스크는 샤갈의 첫사랑인 벨라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첫사랑은 기약으로 남겨둔 채, 샤갈은 화가로서 당당하게 성공하기 위해 맨몸으로 파리 유학을 떠난다. 파리에서 하루를 생선 하나로 버틸 정도로 힘들게 유학 생활 첫해를 보내며 그린 그림이 바로 <나와 마을>이다. 

 4년이라는 유학 기간에 샤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파리에서 꿈꾼 벨라와의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화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때 완성한 작품들에 샤갈이 평생 활용했던 여러 모티프가 등장한다. 유대인이 가장 많이 키웠던 동물인 염소, 비텝스크를 의미하는 마을 형상, 연인의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수탉, 벨라에 대한 추억을 상징하는 큰 벽시계 등이 해당한다. 화가로서의 성공을 거머쥐고 돌아간 고향 비텝스크에서 샤갈은 벨라와 결혼하며 첫사랑까지 성공했다. 이후 샤갈은 파리를 사랑을 성취한 곳이자 제2의 고향으로 추억하게 된다.

 

성서를 주제로 창조한 예술 세계
 샤갈은 파리 유학 기간 동안 야수파와 입체파에 이르는 모더니즘 회화를 습득한다. 프랑스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며 저명한 화가의 반열에 오른 샤갈은 1930년 처음으로 성서 연작을 의뢰받게 된다. 그 길로 샤갈은 유대인들의 성지인 ‘통곡의 벽’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큰 감명을 받은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작업을 이어 나갔다. 

 성서 연작 작업 이후에도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이전의 의뢰 작품들과는 달리 샤갈의 스타일이 더욱 드러나는 것이 이후 작품들의 특징이다. 특히 프랑스 유학 시절 완성된 여러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유대인의 악기인 바이올린이나 비텝스크를 연상시키는 마을 형상 등을 통해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의 본명과 같은 이름을 가진 모세의 얼굴을 샤갈 본인처럼 묘사하는 등 성서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고는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서를 주제로 한 그림에 본인과 당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시대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다
 1937년 뮌헨의 호프가르텐 회랑에서 ‘퇴폐예술’ 전시회가 열렸다. 나치 정권은 600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들을 독일 전역의 미술관들에서 압수하여 전시하고 비난했다. 나치를 비판하는 작품뿐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린 작품들이나 20세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방가르드 작품들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전시가 끝난 뒤 작품들은 소각하거나 해외에 헐값으로 반출하기도 했다. 

 서양미술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퇴폐예술전에는 당대에 영향력 있는 유대인 화가였던 샤갈의 작품도 있었다.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샤갈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듯이 나는 이젤에 못 박혔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후 그림들에 샤갈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자주 그리고는 했다. 시대적 혼란과 탄압에 고통받던 예술의 순교자로서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샤갈, 또 다른 빛을 향하여
샤갈, 또 다른 빛을 향하여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 <또 다른 빛을 향해>
 샤갈은 일생에서 고향에 대한 사랑, 연인 사이의 사랑, 부모를 향한 사랑, 그리고 인류에 대한 사랑을 그림에 담고자 했다. 삶의 끝자락에서는 죽음을 예견하고 작품 <또 다른 빛을 향해>를 남겼다. 샤갈로 보이는 화가의 등에는 날개가 그려져 있으며 이젤 위 그림 속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 꽃다발과 함께 있다. 마지막 단 한 점만 그릴 수 있었던 순간에 샤갈이 그리고자 했던 것 또한 사랑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부터 벨라와의 사별, 제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까지 수많은 고통을 이겨낸 원동력을 샤갈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1973년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 샤갈 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하며 샤갈은 ‘남녀노소 종교와 상관없이 다 같이 모여 휴머니즘에 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여전히 혼란의 시대인 요즘, 이번 샤갈특별전을 통해 사랑과 희망으로 살아갈 힘을 얻어가면 어떨까.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기간 | 2021.11.25.~ 2022.4.10. 요금 | 20,000원 시간 | 10:00 ~ 20:00 문의 | 02)567-8878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기간 | 2021.11.25.~ 2022.4.10. 요금 | 20,000원 시간 | 10:00 ~ 20:00 문의 | 02)567-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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