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 대한 내 첫 기억은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제목의 지식채널e 영상이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된 섬인 투발루의 상황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인데, 배경음악으로 깔린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기후 난민이 되어 갈 곳을 잃은 섬 주민들의 상황과 맞물리며 긴 여운을 주었다. 섬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투발루를 떠나야 했듯 우리도 이 지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그 무서움에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이 영상이 제작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투발루의 외무부 장관이 투발루를 삼켜버린 물 속에서 연설하는 3개월 전 영상이 연관 동영상으로 함께 찾아졌다. 나의 어린 걱정과는 다르게 아직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았고, 적어도 내 주변의 삶은 엄청난 변화 없이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환경 문제는 조용히 계속되고 있었고, 10여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변화는 분명 일어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많은 사람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으나 쉽게 회피하고 방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 환경 문제로 인해 나의 삶이 생각보다 당장 심각해지지 않아서가 아닐까? 노력한다고 해도 즉각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 예로 2040년에는 지구 온도가 1.5°C 상승한다는데, 이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가 너무 작아 대부분 그 사실에 둔감하며 여전히 먼 훗날의 일로 여겨진다. 또한 실내 적정온도 유지 등의 개인 차원의 노력을 해보다가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고 즉각적인 해결이 어려워 쉽게 미뤄지고, 적극적이다가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가 하루아침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도 없는 법. 20년 후에야 명확히 드러나는 문제라면, 20년 후면 그 작은 노력도 분명 의미 있게 보일 것이다. 

 어쩌면 환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된 꿈일 것이다. 인류의 삶의 방식, 더 많이 개발되고 발전될 이 삶의 방식은 계속해서 환경 문제와 함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 짊어져야 하는 환경 문제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노력이 당연해지는 세상이면 좋겠다. 최근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업들의 ‘E’SG 경영, 비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등 환경 문제를 고려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이런 노력이 환경 문제를 당장 직접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친환경이라는 가치의 확산에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의 삶이 조금은 불편해지고 번거로워질 수는 있어도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닌 당연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비가 온 후 나타난 무지개 너머 어딘가. 10년 전 영상에서 환경 오염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그들이 바란 이상적인 공간.

 

 

그곳은 환경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못했더라도, 세상 사람 모두가 환경 문제 해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자연스럽게 친환경을 추구하며 노력하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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